한국일보

생존본능,아미그달라

2017-03-18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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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불안이 없는 상태가 아닐까. 불안하지만 않다면 편안할 텐데. 뭔지 모르게 불안하니 마음이 불편하고 무엇엔가 쫓기는 것 같다. 불안의 이유도 모르면서 불안할 때도 있다. 가질 것 다 가졌는데도 불한해하는 이들도 있을 거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그렇다면 우리의 뇌에서 불안한 요소를 제거한다면 행복해질까.

뇌에는 아미그달라(amygdala)란 편도체가 있다. 이 편도체는 감정을 조절하고 공포에 대한 학습기능 및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부위다. 원시적 두뇌(primitive brain)라고도 불리는 아미그달라는 생존본능을 가진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의 편도체로 생존에 위험이 닥치면 빨간불을 켜고 폭발하여 증오하고 절망한다.

뉴욕대학의 르두(Joseph LeDous)박사는 쥐들에게 실험을 하는 중 쥐의 뇌에 있는 아미그달라를 마비시켜 보았다. 그랬더니 쥐들이 불안한 감정이라곤 티끌만치도 느끼지 못하고 고양이가 눈앞에 나타나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끝내는 쥐들이 고양이에게 잡아먹히면서도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한다. 이게 아미그달라다.


조그만 일에도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이 있다. 전혀 화낼 일이 아닌데도 화를 내어 자신만 불안한 게 아니라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불안하게 한다. 시간이 지난 다음에 왜 그리 화를 냈느냐고 물어보면 멋쩍어 하면서 자기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그 사람 뇌 속의 아미그달라가 너무나 활동을 잘해서일 거다.

뇌 속의 아미그달라는 생존을 지키기 위한 본능이자 불안의 요체라고도 할 수 있다. 불안하지 않으면 방어하지 않게 된다. 불안하고 불안정하기에 자신을 방어하고 지키게 된다. 이렇게 보면 아미그달라는 사람이나 동물의 생에 없어서는 아니 될 요소에 해당된다. 아미그달라는 항상 내편과 적을 구분해 두뇌전체에 전달한다.

시카고대학의 클링(Arthur Kling)박사의 실험이다. 아미그달라에 손상이 가게 한 원숭이 7마리를 야생에 놓아 보냈다. 결과는 7시간 만에 6마리가 맹수에 잡혀 먹이가 됐다. 클링박사는 생존을 위해서는 아미그달라의 요소인 동물을 불안케 하는 부정적요소가 절대 필요함을 강조한다. 그러니 불안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아미그달라에는 부정적 불안한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뇌신경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20,000가지 이상의 상황을 겪게 되는데 아미그달라는 이런 상황을 생존(生存)이라는 시각으로 유쾌(pleasant)와 불쾌(unpleasant)로 나누어 분류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자기를 인정하여 칭찬해주고 높여주면 유쾌로 분류한다.

반대로 자신을 멸시하거나 무시하는 혹은 위험을 당하거나 불안을 주는 상황에서는 바로 불쾌로 분류해 분노나 공포 등의 부정적 감정을 일으켜 자기방어에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불쾌로 분류된 사람은 잠재적인 적으로 인식되어 기피하게 된다. 첫 눈에 불쾌한 인상을 준 사람이 이유 없이 싫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 한다.

제아무리 학식이나 덕망을 갖춘 사람이라도 절망이나 분노 등의 감정에서 해방될 수 없는 게 인간이다. 두뇌과학자들에 따르면,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면 그건 아미그달라가 고장 난 증거라 한다. 그런데 이런 아미그달라의 정신연령은 5세 수준인데, 두뇌는 5세 이전에 이미 절망, 분노 등의 원시적 감정을 익히기에 그렇단다.

UCLA의 심리학자 리버만(Matthew Liebrman)은 실험을 통해 부정적 감정이나 불안한마음이 들 때 “이건 분노야” “이건 불안이야”등의 식으로 딱지를 붙이고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면 거의 즉시 진정되는 것으로 타나났다고 한다. 즉 자신의 감정을 남의 눈으로 바라보면 아미그달라는 바로 식어버린다는 거다.

불안을 제거한다고 행복해 지는 것은 아니다. 불안을 인식하는 요소 아미그달라는 죽는 순간까지 우리의 뇌에 계속 살아남기에 그렇다. 차라리 불안을 안고 보듬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 행복 아닐까. 생존본능인 아미그달라. 하루에 20,000가지의 상황을 엮으며 살아가야 하는 복잡한 인간. 살아있는 생존자체가 행복임에야.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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