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통곡의 벽

2017-03-13 (월)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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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을 방문하였을 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통곡의 벽’이라고 불리는 돌 벽에 손을 얹고 중얼중얼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그 날이 무슨 특별한 날인가 하고 물었더니 ‘통곡의 벽’에는 언제나 죄를 참회하는 사람들이 찾아 와서 회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기독교의 사순절(四旬節)이다. 사순절이란 부활절부터 거꾸로 계산하여 40일간을 뜻한다. 반성과 회개의 계절로서 ‘참회의 계절’이라고도 불린다.

로스앤젤리스에 사는 한 수전노(守錢奴)의 생애를 AP 통신이 전하였다. 잭 콜슨이라는 노인이 갑자기 죽었는데 은행 잔고가 백만 달러나 되었다고 한다. 이웃이 말하는 그의 생활수준은 최저였다. 교회에 가 본 일도 없고, 자선단체에 기부한 흔적도 없었다. 노인의 죽음을 알고 십년 만에 찾아온 딸이 말하였다.

“정말 불쌍한 아버지였습니다. 돈이 아까워서 재혼도 안 했습니다. 돈을 쓰지 않고 모으기만 하신 분입니다. 그분대신 속죄하는 뜻으로 그가 남긴 백만 달러를 몽땅 자선단체에 기부하겠습니다.” 사람의 가치는 그가 쓴 돈의 내용에 따라 결정된다.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는 것은 고백하는 인간, 고백하는 교회, 고백하는 백성이다. 고백은 용서를 낳는다. 1,000 가지의 선행을 쌓아도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다. 인간의 기술과 재물로 바벨탑을 쌓아 올려도 하늘에 도달할 수는 없다. 신의 진노를 잔잔케 할 수 있는 유일한 예물이 회개이다.

리 애트워터(Lee Atwater)는 ‘선거의 천재’란 별명을 가진 사람이다. 대중의 인기가 없었던 부시를 대통령 자리에 앉힌 것이 애트워터 씨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39세의 젊은 나이에 뇌종양으로 죽는다. 그는 투병 중 깊은 신앙의 세계로 들어갔는데 “사랑하는 미국 청년들에게”라는 신앙고백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나의 지혜는 마키아밸리(Machiavelle)의 ‘황태자‘와 ’손자병법‘이었다. 이 두 책의 공통점은 상대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러나 파괴가 승리가 아니다. 청년들이여 예수님의 사랑의 정신으로 이 나라를 건설해 다오.”

히틀러의 저서 ‘나의 투쟁’에는 성경 용어가 가득 차 있다. 그는 하나님의 축복을 자주 들먹이고 기독교 신앙이 새 나라의 초석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런 사람이 수백 만을 학살하는 폭군이 된 것이다.

그가 가장 자주 쓴 말이 충성, 헌신, 협조였다. 그러나 그 모든 아름다운 말들이 자기를 높이는 독재자의 언어였던 것이다. 미국 광고회사 BBDO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행복감이 40년 전보다 36%나 낮아졌다고 한다. 그 원인을 자신에게 두는 사람은 겨우 10%였다. 대부분은 불행의 원인을 남에게 둔다는 것이다.

사람이 울 때는 좀 우는 것이 좋다. 예수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이다.”(마태복음 5:4)고 하셨다. 눈물 고인 눈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그 눈물이 뉘우치고 회개하는 눈물이라면 참으로 고귀한 눈물이다. 모지고 성난 눈은 주변을 긴장시킨다. 친절한 눈동자는 주변을 안심시킨다.

아름다운 눈은 말 없는 자를 웅변가로 만든다. 슬픈 눈은 온 집안을 우울하게 만든다. 반짝이는 눈은 상대에게 용기를 준다. 졸린 눈은 입맛을 잃게 한다. 멍한 눈은 남을 실망시킨다. 눈의 표정은 수백 가지로 변하는데 그 변화마다 주변에 주는 영향이 다르다. 그 중에서도 눈물 고인 눈, 용서를 구하는 눈은 사람과 하나님까지도 감동시킨다.

드러난 뒤에 사과하는 것은 회개가 아니라 자백이다. 드러나지 않은 것을 회개하는 것이 진짜 회개이다. 회개는 자발적인 성격을 가진다. 누가 추궁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숨기고 있으면 더 무사하고 체면도 서고 존경도 받을 수 있을 때 “내가 잘못 했다”고 말하는 것이 회개이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소위 인격자이다.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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