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탄핵,인용,파면&승복!

2017-03-13 (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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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현직 대통령에서 탄핵 됐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한국시간 10일 8명 재판관 전원일치로 박 대통령 탄핵을 인용했다. 헌재의 선고효력은 즉시 발생한다. 대통령에서 민간인이 된 이유다.

탄핵! 탄핵은 고위공무원이 헌법이나 법률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을 때 공직에서 파면하는 제도다. 이번 현직 대통령 탄핵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이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도 잘못을 저질렀다면 헌법 앞에 예외일 수 없다는 법치주의 원칙을 확인한 역사에 남을 사건이 된 것이다.

인용! 사법적 용어인 인용(認容)은 원고가 주장하는 것을 판사가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뜻한다. 헌재에서는 9명의 재판관 중 6명이 찬성할 경우 ‘인용’ 결정이 나온다. 헌재는 이번 탄핵인용의 결정적 요인으로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을 꼽았다. 즉, 반 헌법적 국정논단이다. 최서원(최순실)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는 것. 더불어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는 이유다. 결국 최순실의 국정 개입이 파면의 가장 큰 사유가 된 셈이다. 결국 8명의 재판관 전원이 국회의 대통령 탄핵청구가 옳다고 판단한 것이다.


파면! 박대통령은 취임 1530일 만에 파면됐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지 92일 만이다. 때문에 지난해 12월 탄핵소추안 가결이후 청와대 관저에서 보낸 생활을 정리해야 한다. 향후 5년 이내에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공무원도 될 수 없다. 사면에 의해 복권 될 수도 없다. 사면법은 사면대상자에 탄핵결정으로 파면당한 자를 제외하고 있다. 파면된 대통령이라 전직 대통령처럼 연금 등 혜택도 받을 수 없다. 민사상 또는 형사상 책임도 면제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탄핵인용 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기 때문에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는 말이다.

이제 박 대통령의 정치 역사도 막을 내렸다.
그는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다. 육영수 여사 서거로 고 박정희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드 역할을 했다. 이명박 전직대통령과 대선 후보 경쟁에서 패했지만 아름다운 승복으로 인기가 상승했다. 지난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난해 12월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그로인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90여 일 동안 헌재 심판과정을 거쳤다. 헌법수호 의지 없고 국민 신임을 배반했다는 이유로 탄핵이 인용됐다. 현직 대통령 최초로 파면되는 기록을 남겼다.

그는 지난달 헌재에 제출한 최후 진술 의견서에서 “앞으로 어떤 상황이 오든 소중한 우리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갈라진 국민의 마음의 모아 지금의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런 기회는 다시는 오지 않게 된 셈이다.

승복! 헌재의 결론은 번복시키거나 뒤집을 수 없다. 헌재의 결정은 그 자체로 존중되고 보호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법치주의의 법치요, 민주주의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한인사회는 그동안 헌재의 탄핵심판을 앞두고 ‘촛불’과 ‘태극기’ 집회가 각각 펼쳐졌다.
직접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고 마음으로 함께 한 이들도 있다. 그들은 ‘인용’과 ‘기각’이라는 두 가지 선택을 놓고 갈등과 대립 양상을 보였다. 서로 다른 조국사랑의 방식일 게다. 하지만 어떤 이유라도 양분화 된 모습 자체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젠 대립과 갈등의 마침표를 찍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이미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한인사회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촛불 집회에 뜻을 같이하던 한인들은 환영일색이다. 이와 달리 태극기 집회에 동참하던 한인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인사회에 또 다시 후폭풍이 몰아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더라도 헌재의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승복해야 한다. 헌재결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또 다른 분열과 극심한 혼란이 필연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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