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2017-03-11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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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심판이라고 해야 하나, 아님 하늘의 심판이라고 해야 하나. 일국의 대통령은 하늘이 낸다고들 하는데. 그게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그렇지, 이젠 대통령이 아니니 그렇게 불러야하겠지. 탄핵인용이 8대0,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의 결정에 의해 그는 결국 대통령 직에서 파면돼 평민이 되었다.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안은 여러 개였다. 헌법재판관들이 인용한 탄핵소추안은 최순실게이트와 관련된 부분에 한했다. 탄핵에 인용이 안 된 부분은 공무원 임면권을 남용해 직업공무원제도의 본질을 침해했다는 점.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점. 세월호 사건에 관한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의무 위반의 점 등이었다.

헌법재판소는 이상 세 가지에 대해서는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정적 원인은 피청구인(박근혜)의 최서원(최순실)에 대한 국정개입허용과 권한남용에 관한 위헌 위법행위였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소장 권한대행은 22분 동안 읽어 내려간 박근혜 피청구인의 탄핵헌법재판소 선고를 이렇게 풀어 나갔다.


대통령의 공무수행은 투명하게 공개돼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됨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최순실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피청구인은 사실을 은폐 관련자를 단속해 왔으며, 그를 따른 자들이 구속됨에 따른 이러한 위헌 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정미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이 대국민담화에서 진상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 해 놓고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으며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해, 이 사건 소추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 등을 보면 법의 위법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이며 이런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여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기에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고했다.

박근혜(65) 전 대통령. 참으로 불운의 여인이 아닌가 싶다. 1974년 8월, 재일교포 문세광에게 어머니 육영수여사가 피격 살해됐고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9년 10월, 신임했던 부하에 의해 또 피격 살해됐다. 아버지가 죽은 후 청와대를 떠나 있다 1998년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 정치인의 길을 걸으며 승승장구했다.

드디어 그는 2013년 2월25일 제18대 대통령으로 취임,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되어 온 국민의 기대와 전 세계의 이목을 받으며 힘차게 출발했었는데. 결과는 잘못된 만남(최태민과 최순실)과 인연, 소통의 부재 등으로 인해 대통령임기 1년을 남겨둔 채 불명예 파면을 당했으니 불운의 여인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대통령이 부재한 한반도의 남쪽, 대한민국. 어떻게 될까. 앞으로 60일 이내에 19대 차기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한국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선고 후부터 바로 대통령후보 등록을 받기 시작했다. 대통령선거는 5월9일이 될 것으로 예상되어 앞으로 남은 기간은 채 2개월이 안 된다. 바쁘게 생겼다.

대통령선거는 그렇다 치고 앞으로 민심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건으로 한국의 민심은 완전 두 쪽으로 갈라져 버렸다. 보수와 진보. 탄핵반대와 탄핵찬성으로 나누인 두 갈래 민심을 수습할 방도가 관건인 것 같다. 탄핵인용 후 정당과 정치가들은 이구동성, 화합을 외친다. 맞는 말이다.

한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헌재의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며 촛불과 태극기를 든 마음 모두 애국심이니 그 동안의 갈등과 대립을 마무리하자고 강조했다. 이 또한 맞는 말이다. 위기와 시련을 딛고 신화를 이뤄낸 한반도 남쪽. 하나가 되어 위기를 잘 극복하길 기원해본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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