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사는 것 같소.”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앓고 있는 70대 노환자가 진료실로 들어서며 한 말이다.
흡입치료제 사용법을 직접 교육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한지 2~3개월 지난 직후였다. 호흡기가 건강한 사람이라면 숨 쉬는 일이 고통스럽지 않겠지만 천식이나 COPD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호흡기질환 환자는 계속 늘고 있는데, 국내 치료 환경에는 개선해 나가야 할 일이 많다. 그 중 하나가 호흡기치료제에 대한 낮은 순응도다. 최근 천식 및 COPD 치료 가이드라인은 먹는 약보다 흡입치료제를 우선 권고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흡입치료제는 환자의 기관지에 약물을 직접 도달시켜 미량으로도 치료 효과가 좋으며 장기간 사용에도 부작용이 적은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기 때문이다. 흡입치료제는 사용법을 정확히 숙지하고 꾸준히 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지난해 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증환자임에도 1년째 지속적으로 흡입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의 비율이 34.7%에 그쳤다. 4년 후에는 이 수치도 22.3%로 더 떨어진다.
이 같은 낮은 순응도는 흡입치료제의 환자교육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 최근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에서 천식, COPD의 치료개선을 위한 교육캠페인을 진행한 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단 1회 교육만으로도 의사 10명 중 9명(97.4%)이 환자의 복약 순응도가 개선됐다고 응답했다.
이는 필자가 진행했던 ‘1차 치료 시 만성기도질환의 교육 중재효과’ 연구에서 환자에게 1개월간 3회에 걸쳐 질환과 흡입치료제 사용법 등을 교육한 결과, 환자들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흡입기 사용에 대한 의사 평가도 높아졌다는 결과를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것이다. 당시 교육 후 천식조절점수(ACT)가 증가하고, COPD 평가 테스트(CAT) 수치가 감소하는 등 환자의 삶의 질과 관련한 지표들도 크게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회에서 진행한 설문에서는 환자들의 93.4%가 의사 등의 의료진이 직접 시연을 통해 호흡기치료제 사용법을 교육했을 때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흡입치료 교육은 평균 3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주기적으로 환자의 교육 결과와 효과를 평가하고 흡입기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지 못 할 경우 재교육도 해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 보니 아직까지 흡입치료에 대한 교육을 의료진의 사명감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진료현장에서 시간과 비용 문제로 인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핀란드에서는 국가 차원의 천식 관리 프로그램 일원으로 환자에게 흡입치료제의 중요성과 질환 예방 학습을 진행했다. 그 결과 천식의 조기 발견율이 높아졌고, 중증 천식 환자는 줄었다. 또한 조기에 흡입치료제 교육을 진행해 삶의 질을 높이고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목표도 달성했다.
호주에서도 환자를 1년에 3회 이상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의료진에게 교육수가를 인정하고 지원해주고 있다. 그래도 장기적으로 사회경제적 비용이 줄기 때문에 이득이라는 판단에서다. 우리도 건강한 숨을 쉴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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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하 건국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