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일이다. 70세 된 여자 환자 분이 오셨다. 10년 전부터 혈압 약을 복용하여 130/80으로 유지했는데 요즘은 같은 약을 먹어도 혈압이 120에서 160까지 오르락내리락 한다고 했다.

가끔 폐경기 때처럼 얼굴이 붉어지고 열이 난다고 했다. 그리고 가끔 가슴이 두근거리는 수가 있고, 두통이 하루에도 몇 번씩 있다가 없다가 한다고 했다.

신체검사 상 특별한 이상은 없었고 체중이 늘거나 줄지도 않았으며, 식욕도 좋다고 했다.

심전도 상에서도 약간 심장이 커진 듯한(mild left ventricular hypertrophy) 소견이 있는 정도 외에는 문제가 없었다.

복용하던 혈압약에서 다른 종류의 가벼운 혈압약을 더해서 처방해 주었는데 1주일 후 다시 내원했을 때 큰 차도가 없었다. 환자가 느끼는 증상도 별 차이 없었다고 했다.

우리가 고혈압인 경우 90% 이상은 본태성 고혈압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유전적인 요소가 많고 가족력이 있다. 특별한 원인이 없이 생기므로 본태성 고혈압(essential hypertension)이라고 한다.

나머지 10%는 다른 원인이 있는 2차성 고혈압인데 부신 피질에 이상이 있어 생기는 고혈압(Cushing‘s syndrome·갈색세포종 등)이 있고 갑상선 질환 또는 신혈관성 고혈압(renovascular hypertension) 등등 2차적 원인으로 생길 수 있는데 “이 환자가 혹시 2차성 고혈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본태성 고혈압 환자가 동시에 2차성 고혈압을 가질 수도 있다.

하여간 2차성 고혈압의 원인이 있다면 그것을 꼭 찾아서 없애 주어야만 혈압 조절이 잘 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가 실시하는 복부 초음파 촬영을 하면 콩팥의 문제이든, 콩팥으로 가는 혈관의 문제이든, 또는 ‘부신의 문제인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환자에게 잘 설명을 해서 복부초음파를 받기로 동의했다. 놀랍게도 한쪽 콩팥 위쪽의 부신(adrenal gland)에 7cm나 되는 큰 종양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환자에게 “이것은 아마도 갈색 세포종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종양에서는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혈관 수축 호르몬을 다량 방출하여서 혈압을 올리고, 두통과 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세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있으면 2차적으로 고혈압이 생기는데 수술로 제거하지 않으면 고혈압 치료가 대단히 힘들다.

수술로 제거만 하면 고혈압 치료는 쉬워진다고 알려주었다. 환자는 가족과 상의 끝에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였고, 수술 후 조직검사에서 악성에 가까운 갈색세포종이 발견되었다.

다행히 전이도 없어서 환자의 경과는 대단히 좋았고, 지금까지 혈압 조절도 아주 잘 되고 있고, 환자의 다른 증세들도 대부분 다 없어졌다.

여기서 보듯이 환자가 고혈압이 있을 때 대부분 원발성, 즉 본태성 고혈압이기 때문에 약으로 치료를 하는데 가끔 2차성 고혈압이 있는지 알아보아야 할 때가 있다. 특히 젊어서 생기는 대단히 높은 고혈압이나 그 외 치료를 하다가 잘 조절 되지 않는 힘든 고혈압은 꼭 2차적 원인이 없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문의 (213)480-7770

<차민영 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