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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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애국

2017-03-01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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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메리카 대륙이 영국의 식민지배 하에 있던 시절, 자유를 부르짖은 한 영웅의 외침에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이뤄낼 수 있었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미국의 독립운동가 패트릭 헨리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이 명언은 강대국들의 지배를 받는 여러 식민지 국가의 국민들에게 희망을 외치는 구호로 쓰여졌다. 이처럼 뜨거운 애국심을 지닌 위인은 어느 국가건 위기가 있을 때마다 등장하곤 하였다.

한국에도 해마다 3월만 되면 떠오르는 17세 소녀 유관순 열사가 대표적이다. 유관순은 일제 탄압시절 독립에 대한 열망으로 1919년 3월1일 열린 3.1운동에 앞장섰다 일본경찰에 체포돼 모진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옥사한 영웅이다. 그가 마지막 남긴 한 마디는 해마다 3월이 되면 우리의 가슴을 더욱 파고든다.

“내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을 이길 수 있으나 나라를 잃어버린 그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만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 애국심이 절절히 담긴 명언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에 과연 이런 애국자가 있을까.


춘삼월 봄은 왔지만 아직도 찬바람이 옷깃을 스치듯 고국 한국 땅은 봄기운이 좀체 느껴지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여부를 놓고 촛불과 태극기세력이 치열한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가 나라를 위한다고 하는데 과연 진정으로 나라를 위한 사람들인지 때로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진정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자만이 진정한 애국자일 것이다. 자기만이 옳다고 무조건 죽기 살기식으로 나오는 것은 애국적인 태도가 아니다.

촛불을 들었든 태극기를 들었든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다. 계속 쪼개져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한다면 그것은 나라의 큰 손실이자, 동력을 잃는 길이다. 더 큰 문제는 탄핵 여부 결정 이후 한국의 현실이다. 엄청난 파장과 후유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즈음 국권과 조국상실의 비애, 광복에 대한 희망을 담은 이상화의 시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불현듯 떠오른다.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걸어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언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강추위가 지나가고 꽃피는 춘삼월이 되었다고 하지만 과연 대한민국에 진정한 봄이 도래할까. 나라를 위해 자기 몸을 아낌없이 던졌던 유관순열사의 3.1정신이 물씬 담겨있는 뜻 깊은 3월, 한국이나 미국에서 촛불이나 태극기를 든 한민족이 진정한 애국심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 혐의에 대한 마지막 변론이 27일 종결되고 헌재의 최종 선고만 남았다. 헌재는 확실하고 정확한 법리를 통해 온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종결을 내려야 한다. 국민들은 이에 모두 승복하고 나라의 앞날을 위해 깨끗이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그것이 조국을 위해 희생한 위인들의 숭고한 뜻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역사가이자 독립운동가이던 단재 신채호선생은 일제 강점기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노력했던 많은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의미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하였다. 대통령 탄핵여부 결정과 함께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늠하게 될 중차대한 3월, 대한민국에 촛불이 뜨겁게 타오르고 태극기가 힘차게 펄럭이는, 이 역사적인 현장에 서있는 한민족 모두 잊지 말아야 할 명언이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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