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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은 미국을 위한 길일까?

2017-02-25 (토)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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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미국을 새로운 로마(New Rome)로 만들고 싶어 했다. 사실상 미국의 연방, 시민권제도, 종교의 자유, 다민족 다인종 국가는 로마와 똑 같은 제도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제도를 통해서 미국의 통합과 단결을 이루고 로마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가 되었다.

초기 로마는 정복한 나라의 백성들마저 자국의 시민권을 부여하였고, 그 나라의 지도부를 원로원으로 받아들였다. 뿐만 아니라 전쟁으로 잡아온 노예들도 10년이 지나면 자유인으로 해방시켜 주었고 그 자손들에게는 로마의 시민권을 주었다. 그러니 인구 1만명 미만의 나라도 로마의 일원이 되면서 세계 질서 속에서 로마의 권위를 인정받게 되었고, 로마의 일원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로마가 가진 포용정신과 평등주의가 당시 로마를 최강의 국가로 만들었고 1천년의 역사를 이어가게 했다.

로마의 강점은 로마의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인종과 민족과 동맹을 구축하고 그들에게 로마의 시민권을 부여하고 제국의 영토를 넓혔다. 이러한 힘은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뛰어난 지략을 펼치면서 로마를 거의 멸망직전으로 몰고 간 상황에서도 동맹이 무너지지 않고 더욱 강화되게 하였고 결국 한니발을 물리치고 로마의 숙적 카르타고까지 정복하게 하였다. 물론 카르타고인들도 그후 로마의 시민권을 받게 되었고 심지어는 카르타고 출신의 황제까지 나왔다.


로마 건국 243년만에 로마는 왕정국가에서 공화정으로 새롭게 출발하였고 로마는 서구문명의 뿌리가 되는 찬란한 문명의 기틀을 다지기 시작하였다. 특히 로마의 시민권 제도는 로마의 동맹과 단결을 이루는 핵심적인 제도였다. 이런 제도를 그대로 도입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수많은 흑인 노예들이 해방이 되자 미국의 시민이 되었고, 수많은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들어와서 미국의 시민이 되었다.

민주주의와 평등, 종교의 자유, 경제적 풍요를 꿈꾸던 수많은 나라의 이민자들과 인재들이 미국으로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왔고 그들은 미국의 시민이 되어 오늘날 세계 최강의 나라를 건설하였다.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만들어낸 다양성은 식지않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만들어 냈고 미국은 세계를 선도하였다. 그리고 건국 240년이 되는 지금 미국은 전혀 다른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어찌했던 지금 미국에는 1,300만이라는 서류 미비 이민자들이 현실적으로 미국에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의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꽤나 긴 시간동안 고민하고 대안을 세우려고 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풀리지 않았고 미국 안에 내재 되어 있던 뿌리 깊은 배타적 인종주의의 전략적인 이슈가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대통령은 마침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칼을 빼 들었다. 1300만을 다 추방하겠다.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이민자들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행정명령을 내리고 있다. 미국인들 80%가 이것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이 배타적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그토록 닮고자 했던 로마가 건국 243년만에 공화제로 바뀌면서 정복지의 시민들마저 시민권을 주고 10년 노예 생활을 한 노예들에게 자유인 지위를 부여하고 그들의 자녀에게 시민권을 주면서 더욱더 열린 로마를 향해 나아갔는데, 지금 미국은 건국 240년 만에 그 반대의 길을 가고자 하고 있다. 이 길은 과연 미국을 위한 길일까?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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