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 뉴스에 국민들은 장기불황에다 어수선한 탄핵 정국으로 소비가 위축되어 옷도 안사입고 기본식량인 쌀과 고기 구입도 줄어들어 2003년 관련집계이래 최장기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백화점의 명품백과 의류, 시계, 보석은 호황을 이룬다고 한다.
더 웃기는 것은 국정농단으로 한국을 혼란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한 최순실이 같은 제품을 색깔별로 들고 다녔다는 최고급 명품 에르메스(Hermes) 핸드백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과정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최순실 사이에 오간 것으로 보이는 인사청탁 파일이 발견되었는데 그 장소가 최순실의 에르메스 핸드백 안이다. 지난 해 7월 장시호는 이모가 화장실에 갈 때도 가지고 갈 정도로 애지중지하는 가방에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해 열어봤다가 촬영했다는 것이다. (우병우의 구속영장은 기각되었다.)
국민의 돈으로 명품만 들고 다닌 최순실에, 남의 것을 함부로 열어보고 사진까지 찍은 장시호까지, 비양심 몰상식 무교양 무매너가 판을 치고 있다. 또 그 얼마 전에는 박채윤 와이제이콥스 매디칼 대표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 부인에게 에르메스 핸드백을 선물했다고 한다. 남편은 구속되어 있는데 그 부인은 이 백을 들고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 전에도 각종 비리 사건에 에르메스 백과 지갑 등이 뇌물로 이용되어 이름이 오르내리니 한 번도 이 백을 보지 못한 사람도 에르메스 이름은 알 지경이다.
에르메스 핸드백의 일반 버킨백은 1만5,000달러내외 스페셜 에디션 가격은 7만달러 등으로 최고가명품이다.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힌 스페셜 백은 20만달러가 넘는다. 에르메스 장인들이 그야말로 ‘한땀 한땀’ 수작업으로 만들므로 돈이 있다고 금방 살 수가 없다.
1984년 에르메스는 가방을 제작하여 버킨에게 ‘가방에 세상과 꿈을 담고 다니는 사람을 위해서’ 라며 증정했다는데 최순실은 그 가방에 ‘대한민국을 내손 안에’ 라는 꿈을 담았나 보다.
1837년 프랑스 파리의 마들렌 광장에 티에리 에르메스(Tierry Hermes)라는 사람이 마차에 필요한 용구와 안장 등을 파는 마구상을 열면서 오늘날의 에르메스가 탄생했다고 한다. 그는 가죽제품 장인으로서 자부심이 넘쳐났을 텐데 180년 후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정재계 유력인사 뇌물사건의 단골상품이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
10년 전 중국 광저우로 출장을 갔을 때 이 에르메스 핸드백을 색깔별로 원없이 구경한 적이 있다. 미전국에서 모인 기자단의 일정 중 구매와 상관없이 관광 코스로 중국 최대규모 짝퉁 시장인 바이윈 가죽도매시장이 들어있었다. 온갖 브랜드 명품 짝퉁들이 고층 주상복합 건물 1,000여개의 가게에 가득 진열되어 있는데 얼마나 진짜 같은 지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2층의 한 가게 안에는 샤넬, 구찌, 루이뷔통, 크리스찬 디오르 등 브랜드별로 한칸씩 핸드백이 진열되어있는데 에르메스는 가장 윗칸에 갈색, 주황색, 하늘색 등 색깔별로 겹쳐서 진열되어 화려한 위용을 자랑했다. 짝퉁에도 급이 있어 ‘진짜같은 명품’은 프린트물을 보고 골라서 주문하면 잠시 후 다른 이가 물건을 봉지에 싸서 갖고 왔고 가격이 다른 것에 비해 좀 높았다.
이 날 일행 중 한명이 물건을 고르다 길을 잃어 상가 문을 닫을 때까지 밖으로 나오질 않아 모두 흩어져 찾아다니던 기억이 난다. “ 다들, 명품에 눈이 어두워..” 하면서 킥킥 웃었더랬다.
그때는 짝퉁을 미국에 들고 와도 단속하지 않았다. 10여명의 일행 모두 가방이나 지갑 한두 가지를 헐값에 사서 가져왔는데 내가 간식가방으로 가끔 드는 루이뷔통 작은 가방은 10달러쯤 주었을 것이다. 여기에 군고구마나 사과, 샌드위치를 넣어 직장에 가져가곤 한다. 아무도 짝퉁이지 하고 말하지 않는다. 사람이 명품처럼 보이다보니...(?) 핫하하.
그렇다. 사람이 명품이어야 한다. 무릇 사람이라면 믿음, 신념이 강해야 하고 한결같은 마음이어야 한다. 언제나 한국 땅에 아무런 사심 없이 조국과 민족을,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지도자가 나타날까? 이육사의 시 ‘광야’의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과연 등장할까? 가짜가 아닌 ‘명품’ 지도자가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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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