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대통령이 상징인 나라다.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다. 항상 글로벌 리더의 위치에 선다. 미국엔 있고 한국엔 없는 것 중 하나는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이다.
대통령의 날은 2월22일 초대 조지 워싱턴 탄생일을 1885년 연방공휴일로 정했다. 1976년부터는 2월12일 태어난 16대 아브라함 링컨도 함께 기리기로 했다. 대통령의 날을 2월 세 번째 월요일로 조정한 이유다. 공식명칭도 ‘President’s Day’에서 ’Presidents’ Day’로 변경했다. 한 사람의 대통령이 아닌 두 명 이상의 대통령으로 바뀐 것이다. 요즘은 역대대통령들의 업적을 기리고 감사하며 미국의 역사를 기념하는 날이 바로 ‘대통령의 날’인 셈이다.
미국대통령은 1789년 초대 워싱턴을 시작으로 현재 트럼프에 이르기까지 228년 동안 45대를 이어오고 있다. 대통령의 대수는 재선이든 개헌이든 대통령 인물이 바뀔 때만 부여한다. 32대 루즈벨트 대통령은 4선이나 했지만, 그냥 32대 대통령일 뿐이다.
지난 1월 대통령에 취임한 트럼프는 45대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한 사람은 45명이 아닌 44명뿐이다. 왜냐하면, 22대와 24대 대통령인 그로버 클리블랜드가 동일인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통령들은 흥미로운 기록들을 갖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지금까지 전원 남성이다.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이 유일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였다. 혈통은 백인 순혈 전통을 이어왔다. 비백인계는 흑백 혼혈인 첫 흑인계 대통령 오바마가 유일하다.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타계한 대통령들이 있다. 앙숙이던 2대 존 애덤스와 3대 토머스 제퍼슨은 1826년 7월4일 몇 시간 차이로 숨졌다. 1831년 7월4일 5대 제임스 먼로도 세상을 떠났다. 독립기념일에 태어나 백악관에 들어간 대통령도 있다. 1872년7월4일 태어난 30대 캘빈 쿨리지가 그 주인공이다.
한 가문에서 두 명의 대통령이 탄생하기도 했다. 2대 존 애덤스와 6대 존 퀸시 애덤스는 아버지와 아들이 대통령에 오른 첫 사례로 기록되어 있다. 그들은 미국 역사상 재선에 실패한 첫 번째와 두 번째 대통령이기도 하다. 41대 조시 부시와 43대 조지 W 부시가 부자 대통령임은 널리 알려져 있다. 9대 윌리암 해리슨과 23대 벤저민 해리슨은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다.
임기 중에 암살된 대통령들도 있다. 첫 번째 암살당한 대통령은 링컨이다. 제임스 가필드, 매킨리와 케네디 대통령도 암살로 숨졌다. 링컨은 193cm로 가장 장신 대통령의 기록도 갖고 있다. 케네디는 43세로 최연소 취임이자 46세에 숨진 최단명 대통령의 기록도 남겼다.
바람둥이(?) 대통령도 여럿 있었다. 클린턴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를 즐기다 탄핵될 뻔 했다. 케네디는 마릴린 먼로와 섹스를 즐겼다고 한다. 트루번과 루즈벨트는 부인의 비서와 바람을 피웠다. 아이젠하워도 여자 운전사와 바람이 났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혈액형이 O형 이었다고 한다.
대통령(President)은 라틴어 ‘Pre(앞에)’와 ‘sedere(앉다)’의 합성어에서 기원했다. 원래 조직이나 회합 등에서 의장을 뜻한다. 정치 지도자를 뜻하는 용어로 처음 쓴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 대통령을 ‘합중국 대통령 각하(His mightiness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로 채택한 것이다. 줄여서 ’Mr. President)’라 부르기도 한다.
미국은 역사가 짧지만 세계 최강국이다. 역대대통령들의 힘이 컸기 때문이다. 훌륭한 업적을 남긴 대통령이 그 만큼 많았던 셈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대통령도 그에 못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퇴임대통령에 예의를 표하고 존중한다. 대통령의 날은 그런 차원서 제정된 날이다.
오늘(20)은 대통령의 날이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도 ‘대통령의 날’이 없다. 한국의 역대대통령도 나름대로 시대적인 업적을 남긴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평가가 너무 인색해서가 아닐까 싶다. 한국의 대통령은 곧 한국의 역사다. 모든 국민들이 진심으로 축하하는 한국의 ‘대통령 날’이 제정되기를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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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