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간에도 나눌 수 없는 게 권력이라고 했는데, 이복형제 간에야 말해서 뭐하나” - 북한 김정일의 장남이자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변에서 나오는 말이다.
1인 독재체제인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 김정은의 승인이나 동의 없이 그의 형을 암살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그렇다면 결국 김정은은 맏형인 김정남의 존재를 몹시도 부담스러워 했다는 말이 된다.
객관적으로 보면 실권이라고는 없이 해외를 떠도는 김정남이 김정은에게 위협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동안 김정남은 여러 차례 북한 암살공작의 표적이 되곤 했다. 혹시라도 김정남 추종세력이 생겨 그쪽으로 힘이 쏠릴까봐 김정은이 일찌감치 싹을 자르려 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어린 김정은 보다는 김정남을 선호했고, 김정남을 대안으로 여기며 보호해왔다는 이야기들이 김정은에게는 위협적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기는 하다.
김정은이 김정남을 눈엣가시로 여긴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는 아버지인 김정일이다. 김정일의 복잡한 여자관계, 그에 따른 가족관계가 얽히고설키며 형과 동생 사이를 원수 보다 못한 관계로 만들었을 수가 있다.
김정남은 김정일의 첫 번째 처인 성혜림의 아들이다. 영화제작에 관심이 많던 김정일은 1960년대 말 유명 배우였던 성혜림에게 반했다. 하지만 당시 성혜림은 이미 결혼해 딸까지 둔 유부녀였다. 김정일은 5살 연상인 성혜림을 강제로 이혼시키고 동거에 들어갔고 성혜림의 전 남편은 분을 삭일 수 없어 자살을 했다. 그렇게 해서 1971년 태어난 아들이 김정남이었다.
문제는 김정일의 바람기. 성혜림에 대한 애정은 곧 식어버리고 김정일은 두 번째 부인인 김영숙과 결혼해 두 딸을 낳는다. 그리고 또 몇 년 지나지 않아 등장한 여성이 재일교포 출신 무용수인 고영희, 김정은의 생모이다.
친일파의 후손으로 알려진 고영희를 김정일은 첩으로 몰래 데리고 살아서 김일성은 세 번째 며느리를 알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러니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을 만나본 적도 없었을 것이다. 김일성은 고영희에게서 태어난 김정철, 김정은, 김여정 삼남매의 존재 자체를 몰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명실상부한 황태자로 할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후계자로 키워지던 김정남에 대해 김정은이 가졌을 박탈감은 짐작 가능하다. 게다가 생모가 재일교포여서 김정은은 소위 백두혈통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고 보면, 그가 가졌을 ‘혈통’ 콤플렉스도 상상이 된다.
이복인 맏형이 아버지의 눈에 나서 3남인 자신이 권력을 승계하긴 했지만 언제 어디서 백두혈통의 정통성 문제가 불거질지 김정은으로서는 불안했을 수가 있다. 불안한 존재들은 숙청하고 보는 것이 김씨 왕조의 통치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