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예이츠 장관대행과 이경재 변호사

2017-02-10 (금) 12:00:00 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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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 예이츠는 지난 주 월요일 경질당한 연방 법무부 장관대행이다. 그리고 이경재는 한국 대통령의 ‘비선실세’였다는 최순실의 담당 변호사이다. 그런데 예이츠 장관대행의 경질과 이경재 변호사의 최근 인터뷰 기사가 변호사에게 주어진 법적, 윤리적 책임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예이츠 장관대행의 경질은 그가 대통령 지시에 따르지 않았음에 기인한다.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기에 경질도 대통령의 고유권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상황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차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잘 아는 바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은 7개 무슬림 국가들의 시민들과 시리아 난민들의 미국 입국 잠정 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예이츠 장관대행은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법무부의 정의 구현에 관한 윤리적 사명과 잠재적 위법성을 지적하며 법무부 변호사들에게 그 행정명령을 변호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장관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미국에서도 드물다.


대통령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겠지만 일단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면 대통령 편을 들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사임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런 면에서 예이츠 장관대행의 공개적 반대 행위는 옳지 않다.

그러나 대통령의 책임이 훨씬 더 크다. 이번 행정명령은 법무부의 철저한 연구, 분석과 부처 간의 사전 조율 없이 졸속으로 내려졌기 때문이다. 전임 대통령이 임명했던 장관대행을 신뢰할 수 없었다면 먼저 바꾸든지 아니면 신임 장관의 임명을 기다렸어야 했다.

한편 예이츠 장관대행이 법무부의 윤리적 사명과 행정명령의 잠재적 불법성을 지적한 것은 법률가로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법무부 변호사라고 해서 무조건 정부의 행위를 변호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권에 관계된 부분에 있어서는 불법이라고 믿으면서도 법원에서 합법 주장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

여기에서 이경재 변호사의 인터뷰 내용 일부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아무리 손가락질을 받는 사람이라도 훌륭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래서 이경재 변호사가 최순실을 변호하는 것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 변호사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모든 걸 다 알려고 해서는 안 된다. (최순실에게) 당신이 판단을 해 내게 얘기 안 해도 되는 것은 가려서 해 달라고 했다.” 내가 한국의 변호사 윤리강령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이 변호사의 발언 내용이 한국 법조계에서는 보편적이며 허용되는 행위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미국 변호사 윤리기준으로서는 옳지 못하다고 본다.

변호사는 맡은 사건에 관련되는 한, 고객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변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재판 과정을 통해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이 왜곡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변호사는 고객의 법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법률 조력가이면서, 동시에 법원 검찰과 함께 사법제도의 한 축으로써 ‘사법정의’ 구현에 일익을 맡고 있다. 그래서 변호사 윤리강령에는 고객의 위증도 막아야 하고, 실제로 위증이 있을 때는 변호사 역할에서 사임까지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소개한 이경재 변호사 인터뷰 내용이, 불리한 것은 자신에게 다 얘기할 필요 없이 잘 선별해서 얘기하라, 즉 부분적 진실만 밝히라고 고객에게 주문했다는 뜻이라면 이것은 옳지 못하다. 이는 부분적 진실은 결코 진실이 될 수 없음을 간과한 발상이고, 나아가 사법정의를 구현할 의무가 있는 변호사가 오히려 그것을 방해하는 행위를 부추긴 것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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