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정에 관하여’

2017-02-02 (목) 09:59:33 Hagit Grossman,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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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친구가 창문 아래서 당신을 부르거든 그냥 돌려보내지 말아요.

만일 그를 돌려보내고, 엄격한 원칙을 고수하고 있거든, 잠시
마음의 평정을 찾은 뒤 창가로 달려가 그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세요
“돌아와 머하브! 옥수수 요리를 하고 있어! 와서 좀 먹어“. 그는
기분 좋게 돌아서서 창문으로 던져주는 열쇠를 기꺼이 받을 거예요
계단을 올라와 아래층, 벽에 걸린 커다란 그림들에 그는 감탄하겠죠.

그리고 자리에 앉아 당신이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기를 기다리죠. 당신은
아이들 방에 영화를 틀어주죠. 작은 딸은 부엌으로 달려가 그를 위해
빨간 고추를 가져올 거예요. 그는 따스한 옥수수는 사양하겠죠.


저녁은 이미 먹었다구요. 당신의 남편은 그와 태극권에 관해 이야기 하며
차고 달콤한 파인애플 주스를 잔에 따라 줄 거예요. 당신은 거실로
돌아왔다가 발코니로 나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찬 맥주를 마시겠지요.

당신은 아직 알지 못하죠,이 순간이 당신 생애ㅡ 숭고한, 당신이 겪을 모든 것 중,
가장 숭고한 순간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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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왜 찾아왔을까? 부탁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그저 외롭거나 보고 싶어서였을까? 그걸 알 수는 없지만 그가 무엇인가를 구하고 있다는 것 만은 분명하다. 시인은 이렇게 찾아온 친구를 절대 그대로 돌려보내지 말라한다. 그 불청의 벗을 맞아들인 순간이 생애 가장 숭고한 순간이 될 것이니까. 가장 뜻 깊고 아름다운 순간이 될 것이니까. 그 것은 쉽게 말해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것은 인간의 따스함이란 말이다.

베푼 우정, 사랑, 자비가 돌려주는 것은 우정, 사랑, 자비 그 자체의 기쁨이다. 어쩌면 바로 그것이 신의 손길이아닐까.

<Hagit Grossman,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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