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지는 않지만 한번 오면 쏟아진다”(It never rains but pours.)라는 미국 속담이 있다. 바로 요즘 LA를 두고 만들어진 것 같다.
지난 가을까지 5년 동안 비가 오지 않아 ‘140년만의 최악의 가뭄’이라고 난리를 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난 주말 내린 폭우로 남가주 곳곳에 물난리가 났다.
710번과 10번 프리웨이 일부 구간이 폐쇄되고 샌타 클라리타에서는 급류에 차가 떠내려가는가 하면 실 비치 등 일부 지역에서는 길가에서 서핑을 하고 수상 스키까지 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지난 10월부터 지금까지 LA에 내린 비는 14.33인치로 평소의 2배에 달한다. 1년에 내릴 비가 이미 다 내린 셈이다. 일요일 하루 동안 롱비치 공항 일대에는 3.87인치의 비가 내렸다는데 이는 사상 최고 기록이다. 이처럼 내린 비로 남가주 최대 저수지의 하나인 캐스테익 호수는 71%, 다이아먼드 밸리호는 작년 37%에서 올해 72%까지 찼다.
전문가들은 지난 수 개월간 이처럼 많은 비가 내린 것은 지난 해 엘 니뇨 현상의 여파로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이 남아 있는데다 작년 남가주 강우 전선의 유입을 막은 고기압권이 바하 캘리포니아와 하와이로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기의 강’이라 불리는 수증기를 품은 대기의 흐름이 강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올해는 이 강이 남가주를 향했다는 것이다. 규모가 큰 ‘대기의 강’이 품은 물의 양은 미시시피 강의 20배에 달한다.
거기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제트 기류도 올해는 남가주로 흘러 강우를 도왔다. 작년에는 이 기류가 북쪽으로 기수를 트는 바람에 워싱턴과 오리건 주가 주로 혜택을 봤다.
지난 수개월 동안 내린 비로 북가주는 거의 해갈 됐지만 아직 남가주는 멀었다는 것이 전문가들 이야기다. 눈에 보이는 저수지에 찬 물의 양도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수 용량도 중요한데 이것이 지난 5년의 가뭄 동안 대폭 말랐다는 것이다.
일례로 샌개브리엘 지하수의 경우 수심이 1983년 295피트였으나 작년 10월에는 172피트까지 내려갔었다. 이들은 남가주가 가뭄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올해 같은 비가 2~3년 정도 더 와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가 얼마나 왔느냐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눈이 얼마나 왔으며 이것이 얼마나 녹지 않느냐이다. 다행히 남가주 물 사용량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 시에라 네바다에 평년의 2배에 달하는 눈이 내리기는 했지만 이것이 봄까지 녹지 않고 남아 있느냐는 좀 더 지켜 볼 문제다. 지난 5년간 가주 가뭄이 극심했던 이유는 비도 오지 않는데다 온도마저 평년보다 높아 산에 쌓인 눈들이 너무 일찍 녹았기 때문이다.
기상 관계자들은 한 해 비가 많이 왔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며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물 절약 습관은 계속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15년 6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계속된 절수용 가전제품 사용, 잔디 대신 사막용 화초 기르기 운동을 통해 230만 에이커 피트의 물을 절약했는데 이는 2,000만명의 주민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지난 수년간 가주 날씨가 보여준 것은 가뭄과 홍수는 되풀이 된다는 것과 인간은 어느 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비에도 불구하고 물을 아껴쓰는 습관을 들여 나쁠 게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