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릎을 잃어버리다’

2017-01-24 (화) 09:25:13 엄원태(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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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무릎은 시큰거리고 아파서, 내게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아침산에 몇 달 만에 아프지 않게 되자 쉽게 잊혀졌다

어머니는 모시고 사는 우리 부부에게 무관심하고 무뚝뚝하시다. 때로는 잘 삐치시고 짜증까지 내신다. 어머니 보시기에 우리가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도 삼시 세끼를 꼭 챙겨드려야 마지못한 듯 드신다. 어쩌다 외출이 길어져 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그때까지 밥을 굶으시며 아주 시위를 하신다. 어머니는 우리 부부에게 아픈 무릎이다.

아우는 마흔 넘도록 홀로 대척지인 아르헨티나로 멕시코로 떠돌아다닌다. 아우에 대한 어머니의 염려와 사랑은 참 각별하시다. 아우는 어머니의 아픈 무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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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일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나이가 드시면 어르신들은 삐치시기도 하고 짜증도 내신다. 젊은 것들이 당신들의 삶을 알아주지 못하는 데 대한 서운함 때문일 것이다. 가까이서 모시는 자식의 작은 잘못은 서운해 하고 멀리 사는 자식은 각별해하는 것도 종종 본다. 딱히 누구의 잘못이라서가 아니라, 사람이란 본래 그런 것이다. 아들의 아픈 무릎인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아픈 무릎인 타향을 돌아다니는 아들. 사랑이란 그저 아픈 무릎같이 마음이 가는, 알 수 없이 깊은 인연일 뿐이다

<엄원태(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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