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탄핵은 대통령을 현직에서 퇴임시키는 절차일 뿐 처벌 목적이 아니다. 형사처벌은 탄핵 후 별개의 이슈로 다루어진다.
한국에서의 대통령 탄핵은 헌법 65조 “…공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해할 때는” 탄핵 소추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미국은 헌법 2장 4절에서 “…반역, 뇌물수수 등 중범(High crime) 또는 경범(Misdemeanor) 죄를 범했을 경우 탄핵할 수 있다”로 규정하고 있다.
즉, 한국에서는 공무집행과 연관된 행위에 한해 위법 행위가 있을 때로 탄핵소추의 근거를 제한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공무집행에 관계없이 대통령이 경범에 관여한 자체만으로도 탄핵 사유가 된다. 어느 정도의 경범이라야 탄핵할 수 있느냐의 이슈는 국회가 탄핵할 만 하다고 인정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이러한 법적 요건으로 볼 때 한국에서의 탄핵이 미국에서보다 훨씬 높은 벽을 넘어야 하는 제도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은 대통령 업무 집행과는 무관한 사적인 일이었지만 국회가 탄핵할만한 사건으로 판단, 탄핵 소추한 사건이다. 클린턴의 변호사는 변론에서 이 사건은 “힐러리의 불평거리 일뿐 미국민이 불평할 일이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그의 주장대로 사건은 종결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정치적인 절차로, 특히 국민의 염원을 받아들여야 하는 국회의원으로서 탄핵을 거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으나, 헌법재판소에서는 ‘공무집행’에서 ‘헌법/법률’을 위반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 두 이슈 이외의 사안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법원에서의 판결을 위해서는 입증된 사실에서 법적 이슈를 찾아야한다. 그리고 사실과 이슈는 해당 사건과 관계있는 것만으로 제한돼야 한다. ‘공무집행에 있어서‘의 문제는 법적 이슈보다는 사실상의 이슈(Factual issue)다. 최순실의 딸이 고교시절 임신을 했느니, 이화 여대를 부정 입학했느니 하는 일들은 대통령 탄핵사유와 전혀 관계없는 이슈다.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대통령이 무엇을 했느냐 역시 관계없는 이슈다.
탄핵소추를 추진하는 원고는 검찰이 압수한 녹음테이프와 수첩을 증거로 제출하는데 이 중에는 증거 규정에 입각해서 재판관이 봐서는 안 될 문건이 대부분일 것으로 사료된다. 최순실과 기타 피의자 간의 대화내용이 그런 문건에 속한다.
원고가 제출한 증거를 걸러내어 법적으로 유효한 증거만 재판관에게 제시되어야 하는 방법이 한국에는 없다. 미국은 상원의 탄핵재판에서 대법원장이 주심이 된다. 주심이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하며 이슈와 무관한 사안에 대한 논쟁도 차단한다.
한국 헌법의 개헌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다. 현 제도 하에서는 헌재 재판관 개개인이 스스로 증거의 가치를 평가하고 합법적인 증거만을 고려하며, 촛불 민심과 같은 감성에 좌우되지 않고 법리만을 고려한 판단을 내려야하는데, 과연 가능할지가 문제다.
대통령이 무능해서 현사태가 초래됐다면 이것은 탄핵사유가 될 수 없다. 무능함은 범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한 경우 ‘국민은 법원이 아닌 투표소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People’s remedy in poll, not in the court)’라는 판례가 있다. 법리에 의해서만 탄핵여부를 결정해야하는 헌재 앞에서의 촛불 시위는 엄단되어야 하며, 헌재를 압박하는 국회에서의 정치적 발언도 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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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