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종교인 칼럼] 순실이

2016-12-07 (수) 김문철 목사/ 천성교회
크게 작게
신학교 시절 정신분석을 받은 기억이 난다.난“정신병 환자도 아닌데 내가 왜?”라는 생각에 좀 꺼려했었다.하지만 교단 목사 후보생은 누구도 예외 없이 받도록 되어 있었기에 거부할 수 없었다. 분석의 목적은 목사후보의 자기이해를 돕기 위함이었다.

아주 오래 전이라 기억이 희미하지만 당시 질문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만일 가정과 교회에동시에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당신은 어느 쪽 일을 먼저 해결하겠는가?”후에 알게 된 일이었는 데 역대 모든 한국학생들의 응답은“당연히 교회응급해결이 먼저”였다.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모든 미국학생들의 응답은 그와 정 반대였다.어느 응답이 옳은 것일까?이 다른 응답은영성 (신앙)과 어떤 함수관계를 가질까?

한국은 지금 온 국민이 분노에 휩싸였다.최순실 국정농단 때문이다.국민이 준 최고권위를 대통령이 스스로 한 자격 없는 민간인에게 넘겼다는 이유 때문이다.실망스럽고 슬픈일이다.


인간은 누구나 역사성을 갖는 존재다.그가 살아온 역사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자아가 형성되기 마련이다.어떤 사람의 오늘은 그 사람의 살아온 과거의 내용을 말해준다.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를 살펴보면 왜 오늘의 현상이 발생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박대통령의 지나온 삶은 평범하지 않다.그녀의 인격형성기인 유소년과 청년기 17년을 청와대에서 보냈다.자기를 공주로 이해하며 자기애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그 기간 동안 두번이나 총격에 의한 부모의 죽음을 겪었다 (중중 트라우마).자신을 피해자로 이해할 것이다.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녀 개인적으로는 측근의 배신에 치를 떨었을 것이다.불신과 현실기피 분노의 감정이 잠재의식 속에 쌓였을 것이다.

그동안 박대통령에게 꼬리표처럼 따라 붙던“불통”이나 “유체이탈화법”과 같은 용어들은 그녀의 잠재의식을 잘 대변한다. “불통”은 불신 증상이고“유체이탈화법”은 기피증상의 다른 얼굴이다.“문고리삼인방”현상 역시도 따지고 보면 소통을 제한하고 책임을 제 3자에게 돌리려는 건강치 못한 감정의 산물로 보인다.

정신분석은 정신병환자만 받는 것이 아니다.더욱 건강한 자아형성을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도움이 된다.박대통령 옆에는 가장 먼저 훌륭한 정신과 의사가 있어야 했다.그래서그녀의 내면에 쌓여진 상한 감정의 치유를 통해 자기이해를 넓혔어야 했다.그랬더라면 박대통령도 나라도 훨씬 건강해졌을 것이다.그런데 그 치유의 자리에 잡탕신앙에 근거한 최태민과 최순실이가 꽈리를 틀고 앉아 병이 깊어졌다.안타까운 일이다.

지난달 목회자 모임에서 한 목사님께서 농담조로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우리도 다 순실이 한명씩 달고 있지 않나요?”맞다.우리는모두 순실이가 필요하다.하지만 그렇게 필요한 순실이도 자기이해를 돕는 조력자여야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가 되면 누구를 막론하고 문제를 낳는다.종종 교회 당회(카운슬)에서 이번 주 결정 된 내용이 다음 주에 갑자기 뒤바뀌는 경우가 있다.경험상 거의 대부분이 순실이 때문이다.

교회와 가정에 응급상황이 동시에 발생할시 한국 목사와 달리 미국목사는 대부분 가정의 응급상황을 먼저 해결한다.이에 대해 우리는 이기적 믿음이라고 간주할지 모르겠다.그런데 미국 정신과 의사는 이렇게 답했다:“교회는 비상상황이 발생할 때 교인들이 해결할 수 있지만 가정은 가장(목사)이 없으면 누가 해결하지요?” 한국 신자들이 들으면 놀랄 답이다.하지만 미국 신자들의 시각으로 볼 때 한국신자들의 신앙은 병적으로 보일 수 있다.당시 정신분석 과정은 나 자신의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모두 그가 누구든 (부모,아내,친구, 의사등) 순실이가 필요하다.누구처럼 파괴적 순실이는 저주다.하지만 서로에게 치유자가 되어 자기이해를 돕는 좋은 순실이라면 축복일 것이다.부디 좋은 순실이와 더불어 행복을 누리시길 소망한다.

<김문철 목사/ 천성교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