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마소의 마음’

2016-11-30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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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연구원의 분석결과 한국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더 떨어진 2.5%대에 머물 것이라고 한다. 현 추세로 보아 미국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번에 미국 등 주요국의 내년 이후 세계경제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서민들의 상황은 크게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추수감사절 경기만 보아도 샤핑객은 늘었지만 샤핑액수는 줄었다는 전미 소매연맹의 분석 통계가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미국의 국가 경제와 국민들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과연 얼마나 풍요롭게 해줄 수 있을까.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사회에서 무너진 중산층의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언, 백인 빈곤층 노동자들이 대거 나서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정말 그의 공약이 이들을 포함한 모든 빈곤층을 위해 실현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트럼프의 행정부 초대내각에 지명되거나 유력한 물망에 올라있는 상당수가 억만장자 반열의 초거부급들이라는 보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유세 내내 힐러리 클린턴후보가 월스트리트 거부들과 밀착돼 있다고 비판하면서 자신은 ‘보통의 미국인을 대변하는 자가 될 것’이라고 강변해 왔다.

그런데 오히려 이들 부호들에게 연방정부의 열쇠를 하나씩 건네주고 있다고 그를 비난하는 소리가 벌써부터 요란하다. 대선에서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했던 노동자출신의 대변인은 한명도 눈에 띠지 않는다. 이러고도 트럼프 행정부가 서민을 위한 정책을 제대로 펼쳐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직도 곳곳에서는 트럼프 반대 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선거결과에 불만 있는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니아주 등 대선 3개 경합주에서는 이번 선거의 개표결과에 의문을 제기, 재검표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등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더욱이 CNN과 ORC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이번 대선이후 미국은 국민 85%가 전보다 더 분열돼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트럼프는 빈곤층을 외면하고 부호들만 데리고 국정을 펼치려고 한다면 그의 정책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

트럼프는 정권인수 작업이 시작되자마자 버락 오바마 흔적 지우기에 적극 나섰다. 그는 이민, 의료, 금융, 외교, 통신분야 등에서 지난 8년간 오바마 대통령이 이룬 정책 폐지를 준비중이라고 한다. 전임자가 이룬 모든 정책을 전면 지우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삼국시대 위나라의 대신 사마의의 아들중에 사마소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촉나라를 멸망시킨 장수로서 계략이 뛰어나고 야심있고 매우 교활한 인물이었다. 그의 책략을 들어 지금까지 내려오는 고어 중에는 위나라 네 번째 황제 조모의 “사마소의 마음은 누구나 안다.”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속내도 이미 우리가 다 안다. 그의 정책으로 미국은 앞으로 전 분야에 걸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것을...

트럼프는 이번에 미국기업들의 해외이전을 막기 위해 적극 앞장서고 있다. 올 추수감사절때 트럼프는 인디애나 주의 한 제조업체를 방문, 모두들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독려하고 곧 무슨 진전이 있을 것임을 밝혔다고 한다. 또 애플의 CEO 팀 쿡에게도 해외공장 미국으로의 이전을 다시 고려해줄 것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행보는 미국의 국익을 위해 매우 좋은 일이다.

세상에 나쁜 사람을 다 빼고 나면 좋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누구나 나쁜 면은 다 가지고 있다. 단지 좋은 것을 더 사용할 뿐이고 나쁜 사람은 나쁜 것을 더 사용함으로써 그릇된 사람이 되는 것이다. 트럼프도 나쁜 것을 더 많이 사용하면 그릇된 지도자가 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설사 ‘사마소의 마음’을 지녔더라도 좋은 점만을 활용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고 나라의 경제를 회생시켜 서민들의 굽은 허리를 활짝 펼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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