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뇌출혈이 생기는 부위에 따라 뇌 경막상부 혈종(Epidural Hematoma), 뇌경막하 출혈(Subdural Hematoma), 대뇌 출혈(Intracerebral Hemorrhage), 소뇌 출혈(Intracerebellar Hemorrhage)로 나뉜다.
오늘은 뇌 경막하 출혈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뇌를 싸고 있는 바깥쪽 막을 뇌경막이라고 한다. 이 뇌경막 아래 생기는 출혈은 뇌경막하 출혈 또는 뇌경막하 혈종이라고 부른다.)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80세 여성환자가 한 달 간 계속되는 두통으로 찾아왔다.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 머리 전체를 둔하게 누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아주 심하게 아픈 것은 아니지만 하루 종일 아프다고 했다. 그리고 몸 전체 기운이 빠진다고 했다. 타이레놀 등 진통제를 먹었는데도 별로 낫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신경학적 진찰을 해보았더니 한 쪽으로 쏠리는 증상은 딱히 없는데 양쪽 팔과 양쪽 다리 모두에 전체적으로 힘이 많이 약했다.
혹시 전에 넘어지거나 머리를 다친 적이 없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그런 적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3개월 전에 문지방에 걸려서 넘어질 뻔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 환자는 고혈압이 오래 되어 혈압약을 먹고 있는데 조절은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베이비 아스피린을 먹고 있었다.(고혈압 환자들은 혈액응고로 인한 뇌경색이나 심근경색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 아스피린이나 plavix를 먹는다.)고혈압 환자는 고혈압 자체로 생기는 두통은 사실 거의 없지만 고혈압의 합병증 등으로 뇌경색이나 뇌출혈 등이 생기면 두통을 가져올 수 있다. 또 아스피린이나 플라빅스 등 항혈액 응고제를 사용하면 조그만 낙상이나 머리(뇌)의 부상에도 뇌경막 상부나 뇌경막 하부에 출혈이 생길 수 있다.
필자는 환자에게 뇌 속 질환을 조사하기 위해 뇌의 MRI 촬영을 권하였다.
환자분이 이해하고 뇌의 MRI 촬영을 하였더니 놀랍게도 무려 7cm 되는 혈종(핏덩어리)이 뇌의 경막하에서 발견되었다. 즉, 이 환자가 3개월 전 문지방에 걸려 넘어질 뻔했을 때 머리(뇌) 속의 정맥에 손상을 입고, 그 손상 부위를 통해 3개월에 걸쳐 서서히 출혈이 생겨서 무려 7cm에 달하는 뇌혈종이 생긴 것이었다.
여기서 두 가지가 특이할 만하다. 첫째는 이 7cm나 되는 혈종이 3개월에 걸쳐 서서히 생겼기에 이 환자가 살아있는 것이지 만약 이 혈종이 며칠 사이에 생겼다면 굉장한 압력이 갑작스레 뇌를 누름으로써 이 환자는 사망했을 것이다.
둘째는 뇌에 직접적인 충격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 환자처럼 넘어질 뻔할 때 뇌혈관에 급격한 가속도로 인해 뇌정맥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아스피린이나 플라빅스 같은 항혈액 응고제를 쓰면 뇌경색처럼 막히는 중풍인 경우를 예방하는 효과는 큰데 이 환자처럼 뇌출혈의 위험은 오히려 약간 높아진다.
뇌경막하 출혈을 진단 못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혈종이 커지고 결국 환자는 심한 신경 손상으로 마비가 오게 되고 사망하게 된다.
이 환자분은 즉시 큰 병원에 입원, 뇌수술로 혈종을 깨끗이 제거해 생명과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의사의 직관력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문의 (213)480-7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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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영 <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