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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곰이 염소를 삼키다

2016-11-09 (수) 김문철 목사/천성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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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World Series (WS) 에 올라온 두 팀은 모두 저주에 걸린 것으로 유명하다. 시카고 컵스는 염소의 저주에 걸려 무려 108년 동안 우승을 못했고 클리브랜드인디언스는와후추장의 저주에 걸려 68년 동안 우승을 못했다. 시카고 컵스는기록이 말하듯 올해 독보적인 실력을 보여주었다.

지난 108년 동안 우승을 못한 것이의심스러울정도였다. 시카고는 미국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다.그런 도시가 108 년 동안 우승이 없다보니 사람들은 염소의 저주를 사실처럼 믿어왔다.그래서 저주를 풀기 위해 저주를 만든 가족의 후손과 염소에게 특별호의를 베풀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108년 만에 컵스가 우승했다.

무엇이 염소의 저주를풀게 했을까? 5년 전 컵스의 사장으로 영입 된 떼오엡스타인 (Theo Epstein) 의 공이컸다고 한다.엡스타인은 장기간의 재건작업을단행했다. 과정은 고통스러웠고 의심의 눈초리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탁월한 선수들과 감독이 혼연일치가 되어108년 저주를 풀었다.곰(컵스) 이 염소(저주)를삼킨것이다.


사람들은 질병이나 실패와 같은 위기에 직면하면 종종 엉뚱한 곳에서답을 찾는다.점쟁이를 찾고 미신을 만들어낸다.암에 걸린 이유가 4층에 살았기 때문이고,오늘 매상이 오른 것은 어제 꾼 돼지 꿈 때문이고,남편이 바람난 이유가 닭 날개를 많이 먹였기 때문이라는 식이다.

오래 전, 가계저주론이 한동안 한국 교계를 뒤 흔들었다. 가정에 우환이 생기는 것은 가계에 흐르는 저주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비롭게도 가계저주론에 관련 된 책(가계에 흐르는 저주를 끊어라) 은 한국에서 베스트셀러로 등극했었고 사람들은 자기들의 집에 흐르는 저주를 끊기 위해 귀신 쫓기에 열을 올렸다. 신학적으로 볼 때 코메디다.

최근 한국의 최순실게이트도 미신과 연관되어 있다.문제의 뿌리를 추적하면 오래 전 최태민의 주술 에 박근혜 대통령이 놀아난 격이다.최태민이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차례로잃은 박대통령의 심리적 약점을 이용해 미신적수단으로 그녀를지배했다.그것도 모르고 온 국민이통일대박론과 같은 거짓 소망을 품었다. 미신으로 인해 온 국민이 집단 망상에빠진셈이다.

사람들은 누구도 예외 없이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겪는다.그 중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견디기 힘든 가장 큰 트라우마다.박대통령은 그런 트라우마를 두번이나 겪었다.정신치료가 필요했다.그런데 그 치료의 자리에 주술이 꽈리를 틀어버렸다.그것을 기회로 탐욕에 눈이 먼 인간의욕망이굿을 하며춤판을 벌였다.결국 온 나라가 혼돈으로 빠졌다.잘못된 믿음이 가져온 결과다.

염소의 저주는 미신이다. 약점을 근거로 그럴듯한 상상을 사실화 시키려는 망상적 현상이다.따라서 염소의저주는 108년 만에풀린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없었다.컵스는그동안 애 썼지만 우승할 실력이나 상황이 안 되었을 뿐이다.하지만 올해 컵스는 사장과 팀이 하나되어 철저한준비,끈기,그리고 실력으로 저주를 삼켜버렸다.아마도 한동안 시카고의염소탕 식당들이 잘 나갈 것 같다.

나는와후추장의 저주도 풀릴 것이라 믿는다.와후가 인종차별을 삼켜버렸다는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소망한다.저주는 없다.죄성에 근거한 연약한 인간이 만들어낸망상일 뿐이다. 그러기에믿음의 사람은 위기때마다 그리스도안에서소망을 품을 일이다.아프고 낙심 되더라도 소망 안에서 현재의 삶을신실하게 살아갈 일이다.

내 죄를 십자가에서 삼켜버리고 저주 대신 축복을 선물하신 주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들의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찾으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들의 땅을 고칠지라”(역대하7:14)

<김문철 목사/천성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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