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마솥’ 처럼 기억하자

2016-11-07 (월) 김은주/ 뉴욕시 공립학교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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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인 3세, 4세 그리고 후세들이 세세무궁토록 영원히 잊지 말고 기억하라고 우리 교육자들과 부모님들은 토요일 이른 아침 어린 아이들을 차에 태워 한국학교로 데리고 온다.

그리고 우리가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내가 누구고 내 민족과 나라가 무엇이고, 나의 정체를 알고 잊지 않고 기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를 다닐 때도 그 전 학년에서 배운 것을 기억하고 그 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배우는 것처럼 우리의 기억과 과거는 이렇게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또한 필수적이다.

용서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꼭 잘못한 사람이 처벌을 받고 잘못한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다시는 그 잘못에서 파생된 고통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흑인들의 민권운동(Civil Rights Movement) 역시 과거의 치욕을 잊지 않고 다시는 이 지구상에 노예제도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다짐에서 나온 사회운동이다.


세월호 사건도, 일본군 성노예도 꼭 기억하고 진상규명과 사과를 받아내야 하는 것은 우리 후손들에게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재발되지 않게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흔히 우리 민족은 냄비근성이 있다고 한다. 냄비처럼 쉽게 끓었다가 또 쉽게 식어버리는 속성일 빗대는 말이다. 그래서 난 냄비근성의 반대 개념인 가마솥 근성을 강조하고 싶다. 그래서 가마솥처럼 쉽게 식지 말자고 강조하고 싶다.

내가 뉴욕의 길거리에 나와 세월호 시위를 하고 일본군 성노예를 규탄하는 것은 이런 추악한 일들이 다시는 나의 딸들, 나의 어린 학생들,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재발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작은 몸부림이다.

<김은주/ 뉴욕시 공립학교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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