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자의 굽이 높아진다…“하이힐도 허하라”

2016-10-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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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의 굽은 낮아져 플랫슈즈가 대세

남자의 굽이 높아진다…“하이힐도 허하라”
남자의 신발은 굽이 낮아야 한다는 건 합당한 상식일까, 그릇된 편견일까. 키가 작은 것을 신체적 결점으로 여기는 한국 문화는 남자에게 한결 가혹하고 강력한데, 남자 신발이란 응당 굽이 낮아야 하는 게 상식이라면, 키가 작은 남자는 살라는 건가, 말라는 건가. 내면의 절규가 터져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키높이 구두라는 영리한 속임수가 있다. 겉굽은 낮고, 속굽은 높아 ‘본래 키가 큰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이 신발은 그러나 신는 이의 내면에 크든 작든‘기스’를 낸다. 드러낸 하이힐과 감춘 키높이 구두 사이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왜 여자는 되는 높은 굽이 남자에게는 허락되지 않는가.

■ 런웨이 장식한 남자의 높은 굽
이 같은 문제의식의 소산일까. 올 가을 유명 디자이너들의 런웨이에 굽 높은 남자 신발이 대거 등장했다. 어떤 것은 굽 높이가 15㎝가 넘는다. 이탈리아의 쌍둥이 디자이너 딘 앤 댄 케이튼이 이끄는 브랜드 디스퀘어드2는 최근 열린 ‘2017년 봄/여름 컬렉션’ 쇼에서 6인치, 즉 15.24㎝ 높이의 글램록 부츠를 모든 남성모델에게 신겼다.

저걸 신고 도대체 걸을 수는 있단 말인가 싶게 어마어마한 높이지만, 런웨이 모델들은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섹시한 클러버 차림새를 매끈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지드래곤 같은 남자들에게만 어울리는 것만도 아니다.


명문 사립학교 모범생 같은 프레피룩에 신어도 크게 이물감이 없다. 패션피플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스웨덴 브랜드 아크네 스튜디오도 이 흐름에 가세했다. 내년 상반기 남성 컬렉션에 8.5㎝ 높이의 ‘이기부츠(Iggy boots)’를 선보였다.

■ 남자의 하이힐, 키냐 스타일이냐
물론 런웨이의 모델들이 입고 신는다고 해서 거리의 장삼이사들이 반드시 호응하는 것은 아니다. 남자의 높은 굽은 아직까지는 한국사회에서 매우 급진적인 아이템이다. 배우 강동원도 지난해 영화 ‘검은 사제들’ 시사회에 킬힐을 신고 등장했다가 파란을 일으켰다.

키 176㎝의 대학생 변모(25)씨는 “4㎝만 더 커 180㎝이 되면 좋겠다 싶어 5㎝짜리 깔창을 신발 밑에 깔고 다닌 적도 있다”면서도 “겉으로 드러난 높은 굽은 매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키가 160㎝를 조금 넘는 남성 직장인 김모(28)씨는 “제 키가 작아서 완전 끌린다”면서도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못 신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자는 키를 높이기 위해 높은 굽이나 깔창을 사용하면 우스운 거야’라는 무언의 사회적 공감대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대학 1학년 때 깔창 썼다가 친구들한테 놀림 당한 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그는 “남자들이 높은 굽 신는 것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자유로워진다면 당연히 신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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