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의대생을 가르칠 때나 올해 UCLA의 NP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인생의 선배로 깨닫는 것이 있다. 특히 의대생에서 의사로 전환하는 시점, 또는 간호사가 의사처럼 독자 진료를 할 수 있는 NP의 공부를 할 때, 처음 그들에게 해주어야 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그들의 행동에서는 두 번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과, 인생은 학교처럼 잘할 때까지 보살펴 주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그 학생들은 그런 말을 하는 선배가 너무 차갑게 느껴지게 될 것이다.
의사는 의대생 때부터 수도 없이 깨지고 꾸지람을 듣고하는데 익숙해지게 된다. 그 꾸지람이 망친 시험이 될 수도 있고, 인턴 선배를 따라다니며 환자 파악을 잘 못한데 대한 선배의 꾸지람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를 시작하는 매년 7월1일부터는 나의 잘못이 단순히 망친 시험이 아니라,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치명적인 실수가 되는 것이다. 나의 실수로 환자가 죽을 수 있다는 현실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 의사로서 나에게는 두 번의 기회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의대, 인턴, 레지던트의 과정은 혹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환자 한 분이 주치의로부터 필자를 보라고 권유를 받아 찾아오셨다. 그의 주치의는 그에게 필자가 환자들에게 너무 겁을 줘서 좀 그렇지만 가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생소한 말은 아니다. 신장내과는 증상이 없다보니 환자들이 신장내과를 찾게 될 때는 너무나 많이 몸이 망가진 상태가 대부분이다.
특히 10~20년간 관리를 안한 고혈압이나 당뇨로 인해 신장이 나빠져서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다. 자신들은 증상을 하나도 못 느끼지만 결국 말기에 필자를 찾는 사람들이다. 이렇게라도 미리 외래로 예약을 하고 오는 환자들은 그나마도 낫다. 병원에 입원을 해서 ATN이란 급성신부전이 오게 되서 신장내과 전문의를 보게 되는 경우는 현재 미국의 통계상 50%가 그 병원에서 사망을 하고 70%가 1년 안에 사망을 한다고 보고 되고 있을 정도로 신장의 문제는 다른 문제들의 말기를 뜻하기도 한다.
이렇게 병원에서 보게 될 정도로 신장내과 의사를 늦게 본 환자들은 미리 신장내과 전문의를 본 환자들보다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고 해도 사망률이 두 배가 된다는 통계는 벌써 영국과 미국 등 여러 나라의 통계들과 일치한다.
이것 때문에 미국에서도 10년 전부터 신장의 여과율인 GFR이 59 이하가 되면 신장내과 전문의를 찾아보라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했지만, 역시 증상이 없는 환자는 그런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결국 말기가 되서야 신장내과 전문의를 찾게 될 때는 후회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안타까움은 하늘을 찌른다.
오늘도 이렇게 너무 늦게 온 두 명의 환자를 보면서 안타까움에 이 글을 적는다. (213)674-8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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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혁 <내과·신장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