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시안 비하’대처의 첫 걸음

2016-10-1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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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최근 미국사회에서 아시안들을 비하하거나 적대시하는 행위가 크게 늘어나면서 한인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시안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행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과 함께 백인우월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차별적 행위를 꾸짖고 계도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임에도 일부 언론은 이런 본분을 망각한 채 오히려 아시안 비하에 가담해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사회 저류에 비백인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이런 반감이 트럼프의 등장, 그리고 전 세계적인 고립주의 확산과 맞물리면서 수면 위로 다시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폭스뉴스의 인기프로그램인 ‘오라일리 팩터’가 최근 뉴욕 차이나타운을 찾아 영어 못하는 아시안들을 조롱하는 듯한 내용의 인터뷰를 해 내보내자 14개 한인단체는 공개사과와 함께 관련 동영상 삭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당연한 요구이다. 하지만 폭스뉴스는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 뉴욕타임스의 중국계 기자가 맨하탄 한복판에서 백인여성으로부터 욕설과 함께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모욕을 받은 사실이 신문을 통해 보도되자 많은 한인 2세들이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고 있다. 드러나는 비하와 차별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얘기다. 증오범죄로 공식 집계되는 케이스는 아직 미미하지만 최근 추세는 정말 우려할 만 하다.


인종차별과 비하를 막기 위해 연방정부와 의회가 노력하고 있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 결과 올해 연방정부 법률에서 ‘동양인’(Oriental) 같은 소수계 비하 용어를 퇴출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큰 그림으로 보자면 아시안들에 대한 그릇된 스테레오타입의 원천이 되고 있는 영화 등 연예계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고, 주류 정계에 더욱 많은 아시안들을 진출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폭스뉴스 같은 언론의 왜곡에 대해서는 잘못을 시인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할 때까지 단호하고도 끈질기게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선거에 빠짐없이 참여해 반이민 정서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후보들을 가차 없이 심판해야 한다. 그래서 11월8일 선거참여는 어느 때보다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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