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일 예쁜 집

2016-10-06 (목) 수잔 김 블루하우스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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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예쁜 집
어느 날 차를 타고 지나다가 평소 본인이 찾던 부엌 디자인이 보이기에 쇼룸에 들어왔다는 폴라를 만났다.

집에 물이 새 부엌 캐비닛이며 마루 등이 모두 들고 일어나 마치 폭격 맞은 집처럼 되었다고 폴라는 말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그녀는 집에 한번 방문해 견적을 받아보는 것을 원했다.

집에 가보니 본인 말대로 폭격현장, 그 자체였다. 인스펙트(inspect)를 받느라 마루바닥이며 벽체가 군데군데 뜯겨 있어 벽속의 묻어 놓은 파이프들이 모두 노출되어 있었다.


부엌은 이미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된 듯 먼지가 제법 뽀얗게 쌓여 있었다.

폴라는 평소 부엌이 맘에 들지 않아 좀 더 깔끔하면서도 수납 효과가 좋은 유럽형의 부엌을 꿈꿔 왔다고 한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닥 싫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보험회사와 얘기도 잘 되고, 우리가 디자인 한 것과 프로포즈한 것 또한 아주 맘에 든다며 부엌뿐 아니라 2,700 스퀘어피트 집의 계단이며, 마루 화장실까지 전반적인 공사를 요청했다. 폴라와 그녀의 남편은 미국 유수의 사립대를 나와 변호사로 일하고 있어 정신없이 바쁜 생활 패턴 속에서 살고 있었다. 그래서 정작 부엌 캐비닛을 폴라가 평소 그리던 흰색 라커로 마감하고 인덕션 쿡탑(induction cooktop)과 커피 시스템을 갖춘 깔끔하면서도 유니크한 디자인을 하더라도 얼마나 이 부엌을 사용하고 즐길 수 있으려나 하는 의구심도 사실 없진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염려와는 달리 폴라는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나 소재 등을 열심히 찾아서 내게 보내주었다.

손님이 이렇게 자기가 하고픈 것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알려 준다면 디자이너가 손님의 모습만 보고 이 손님은 어떤 것을 좋아할지 맞춰가며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프로젝트를 수행해 나가기가 훨씬 수월해 진다.

폴라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미 그녀의 드림하우스가 뭔지 알 수 있었던 나는 욕실의 타일 고르기에서부터 소파와 라운지 의자의 천 고르기, 라이팅에 이르기까지 매우 순조롭게 진행을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폴라는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비록 요리를 많이 하지는 않지만 부엌을 드나들며 바라 보는 것만으로 너무 뿌듯하다며 어느 누구의 집보다도 자기의 집이 제일 예쁘다며 마구 자랑하며 다닌다고 한다.

(213)277-1100

<수잔 김 블루하우스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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