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금, 은, 동메달과 4위?

2016-09-17 (토) 김광현 전직 대학교수/포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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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불가능하다는 4강 신화를 이뤘다. 선수들은 온 힘을 쏟아 부어 유럽의 축구강국들을 쓰러트렸으며 여기에 하나가 된 온 국민의 성원도 한 몫을 했다고 하겠다. 4강을 이룬 것은 금, 은, 동메달이 아니지만 당시 한국의 침체된 경제위기인 IMF를 넘기는데 국민의 저력을 보여주듯 기적과 같은 사건으로 금메달 보다 더 값진 결과를 만들어 냈다.

2016 리우 올림픽이 지난달 8월 21일에 막을 내렸다. 총 208개국의 1만903명의 선수들이 28개 종목에 참가해 혼신의 힘과 기량을 발휘한 경쟁을 했다. 자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은 최상의 성적인 금메달을 목에 걸려는 목표의 열전을 벌렸지만 최소한 4년 이상, 계절이 바뀌는 춘하추동을 통해 비지땀을 흘린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안타까움도 따랐다.

대부분의 한국 신문 및 방송매체들은 ‘금이 보인다’, ‘금메달 사냥이 시작되었다’. ‘금메달이 잡힌다’, ‘금메달을 놓쳤다’는 등의 ‘케치 프레이즈’로 오직 금메달만이 값지고 은, 동 메달은 관심 밖이라는 의미인 것 같이 생각되었다.


특히,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이 획득한 총 메달은 21개로, 금 9개, 은 3개, 동 9개다. 당초 한국은 국가 및 메달의 순위를 10-10으로 금 10개, 국가 순위 10위였다. 이 금메달을 기준으로 한 계획은 1등 지상주의의 후진국성 사고로 볼 수밖에 없다. 어떻게 금메달만의 획득수로 국가순위를 매겨야 하는지? 은메달, 동메달 및 4위의 좋은 성적은 결코 무시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수영 등의 기록종목에서 0.01초의 차이로 동메달을 놓치고, 1-2점차의 구기종목이 메달 권에서 멀어지는 경기의 패배는 값진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리듬체조의 손연재 선수가 4종목의 퍽 난해한 연기를 빈틈없이 잘 소화해 냈다. 그러나 메달 권에 들지는 못했다. 대부분 유럽 권 심사위원들의 구성에서 우크라이나 선수에게 0.685점 차로 4위를 했다. 그러나 그는 “어느 금메달보다도 행복하다”고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멋있는 말을 했다.

필자는 1991년,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제31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디자인 분야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각 나라의 우수 선수들의 3일간의 치열한 경기를 마친 심사발표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시상대 위의 한국선수는 기쁨의 환호성을 올리지만 은 또는 동메달을 딴 타국 선수들은 암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음을 기억한다. 특히 메달권 밖의 기계직종의 한 선수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죽고 싶다. 결코 귀국 할 면목이 없다”고 말한 기억을 하고 있다.

우리는 당연히 무한경쟁의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우열의 등급을 금, 은, 동으로만 메겨 이중에 반듯이 ‘금’만이 최선, 최상 및 최고로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지? 필자는 3단계 채점방식에서 4단계의 방식으로 고쳤으면 하는 혼자만의 생각을 해본다. 즉, 이들에게도 'XX 메달'을 주는 기회를 만들면 좋겠다. 출중한 실력과 기량이 많은 그들이 이 3단계 메달 중 한가지의 메달도 못 따 큰 실망과 좌절을 하는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김광현 전직 대학교수/포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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