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들꽃

2016-09-16 (금) 09: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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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정은 / SF 한인문화원장

매월 첫째 화요일엔 치매 환자 가족 모임이 있다. 치매 부모나 동기간, 혹은 배우자를 돌보는 사람들이 모여 남들은 알 수 없는 애환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인데, 비교적 연배가 아래인 나는 노년을 향하는 혜안을 배우기도 한다. 이번에는 SF 한인문화원이 제공하는 프로그램 ‘추석’과 맞물려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다.

‘추석’은 2007년부터 실시해 온 행사로 처음에는 샌프란시스코 카운티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던 것을 2년 전부터 알츠하이머 협회와 함께 치매환자를 찾아다니고 있다. 거동이 가능한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의학적 접근이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 예술 콘텐츠로 다가가 혜택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취지인데, K-pop과 애니메이션을 적극 활용하여 제작한 콘텐츠에 호응이 좋다.

행사 중 나는 소리 내어 참가자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눈인사를 한다. 수양버들 같은 잭, 분꽃을 닮은 엘리시아. 질병으로 닳아 헤져 무덤덤한 표정이지만 낯익은 눈빛과 마주쳐 흔들거리며 반가워 할 때 나는 그들이 들꽃을 닮았다고 생각한다. 비록 날렵하지 못한 몸매지만 원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며 서로에게 기대어 웃는 모습이 마치 야산 중턱에 피어난 들꽃이 바람에 흔들리며 몸을 비벼대는 것처럼 정겹다.

들꽃은 여간해선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몸을 숙여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비로소 이름을 알 수 있다. 비록 많은 이가 이름을 알려 하지 않고, 눈여겨보려 하지 않아도 그들은 들꽃처럼 서로의 몸을 비비며 서로를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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