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흔들리는 땅

2016-09-16 (금) 08:56:30 박흥률 특집2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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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시간으로 12일 새벽 4시경 한국 경주에서 발생한 진도 5.8의 한국 역대 최대 규모 지진에 한반도가 흔들렸다. 북한이 실시한 5차 핵실험의 폭발력보다 50배나 강한 이번 지진은 한국이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지진 소식에 LA 한인들도 놀라 한국의 친지들이 무사한 지 안부 전화를 하는 등 가슴이 철렁하기도 했다.

한국뿐 아니라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일본, 멕시코 등 환태평양지진대를 중심으로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대지진으로 숱한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가운데 같은 환태평양지진대에 속한 남가주에 거주하는 한인들로서도 피해갈 수 없는 재난이 바로 지진이다. 남가주지진센터는 최근 “30년안에 남가주에 진도 6.7의 지진이 올 확률이 99%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빅원 예상의 근거로 ‘샌 안드레아스’ 단층에서 150년 주기로 발생해온 대지진의 분석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한인들도 노스리지 대지진과 라하브라 지진 등을 겪으며 빅원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1994년 1월17일 노스리지를 덮친 6.7 규모의 대지진으로 60여명이 사망하고 5,000여명이 다쳤다. 이날 지진으로 남가주에서 건물 4만여채가 부서지고 200억달러의 재산피해가 났으며 한인들도 3명이 사망하고 주택 3,300채가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수십초도 안되는 흔들림으로 삶의 터전이 온통 무너졌다.


노스리지 메도우 아파트가 매몰되면서 남편 이필순씨와 장남 하워드 이군을 졸지에 잃은 이현숙씨가 차남 제이슨과 함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굳건한 용기와 강인한 사랑으로 역경과 고난을 헤쳐나가는 스토리는 시사주간지 타임과 LA 타임스 등 주류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또한 노스리지 지진으로 집이 두 쪽으로 갈라지고 지붕이 무너지는 등 큰 피해를 입어 피난민같은 생활을 수개월간 했던 김제복·정선씨 부부는 그 와중에서도 고통이 오히려 삶에 필요한 원동력이 되었다며 복구에 대한 의지를 잃지 않았다.

한인 커뮤니티 차원에서도 LA 한인회, 한인청소년회관, 한미연합회 등 10여개가 넘는 단체가 힘을 모아 노스리지 인근 밸리연합감리교회에 지진피해복구센터를 세워 효율적인 구호작업을 펼쳤다. 기자는 당시 지진으로 삶의 터전이 폐허가 됐지만 결코 이에 굴하지 않고 재건하는 한인들의 모습을 취재하면서 한인사회의 숨은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2년 전에도 강진이 발생해 한인들이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2014년 3월28일 금요일 저녁 남가주 한인밀집 거주지역인 라하브라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 들뜬 마음으로 주말을 준비하던 많은 한인들은 충격 속에 “이번 지진이 빅원의 전조가 아니냐”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이 있다.

대부분의 자연재해가 예측이 가능하거나 어느 정도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반면 지진은 예측도 힘들 뿐더러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모든 상황이 종료되기 때문에 어떻게 손을 써볼 재간이 없다. 지난해 가주의 ‘샌 안드레아스’ 단층에서 연쇄적으로 대지진이 일어난다는 내용의 영화 ‘샌 안드레아스’를 본 적이 있다. 지역 소방대장이 헬기 등 구조장비로 가족을 구하는 영화인데 LA 고층건물이 차례로 무너지는 장면과 후버 댐의 붕괴 장면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던 것 같다. 물론 가주에서 영화처럼 ‘규모 9’의 대지진이 발생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지진에 대한 준비는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지진에 대비해 평소 가정이나 사무실에 비상식량, 손전등, 라디오, 구급상비약, 현금 등 비상용품을 갖추고 비상 연락망과 중요서류 등을 따로 보관하고 지진대처방법을 익히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또한 주택소유주는 지진보험에 가입하고 아파트 소유주도 비용이 들더라도 보수공사 등을 통해 만일의 재산피해에 대비해야할 것이다.

특히 커뮤니티 차원에서도 비상연락망과 구호대책을 LA 한인회를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운영해 보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있어야한다. 누구도 겪고 싶지 않은 지진! 그럼에도 만약에 피해갈 수 없다면 평소에 철저하게 대비해 쓸데없는 공포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상책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박흥률 특집2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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