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버림의 미학

2016-09-14 (수) 08: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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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희 / 샌프란시스코

‘버리다’의 사전적 의미는 “지니고 있을 필요가 없는 물건을 내던지다”이다. 그런데 주부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것이든 필요한 것 같아서 쉽게 버릴 수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함께한 시간 동안 쌓인 추억이 있기에 버리기 어려운 때가 많다. 그래서 수납장은 물론 주방의 곳곳에도 추억의 물건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물건은 쌓여가고, 짐은 너무 많아졌다. 새로운 것을 구입해 놓고도 집안에 마땅히 둘 곳이 없을 때도 있다. 이대로라면 집을 더 늘려서 이사를 가야 할 판이다. 그러나 무작정 집을 넓힐 수 없다. 그래서 과감히 버리기로 결심했다. 아끼던 그릇이라도 흠집이 있으면 버리고 고장난 노트북은 버렸다.

그러자 놀라운 변화들이 생겼다. 집안의 공간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 소품들을 장식할 공간이 생겼다. 또 노트북으로 하던 일을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해결하기 시작했다. 물건들이 없으면 불안할 것만 같았는데, 오히려 아기자기하고 편한 삶이 찾아온 것이다.


물건들이 불편하게 자리만 차지하는 경우, 더 중요한 것을 위해서 덜 중요한 것을 과감히 포기하는 쪽을 선택하겠다고 결심했다.

버리다 보니 멀쩡한 물건들도 눈에 들어왔다. 다 갖고 있고 싶은 생각이 왜 없을까. 그래도 인생의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물건들을 나누며 상대방의 얼굴에 피어나는 미소를 상상하니 나도 기쁨이 느껴졌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추억을 만들기로 했다.

‘행복의 공유’를 향해 새로운 개념의 ‘버림’을 실천하려 한다. 먼저 넓어진 우리 집에서 행복한 대화의 소리가 채워지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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