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손잡고 노래를
2016-09-10 (토) 12:00:00
대니얼 김 / 매릴랜드
20여 년 전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을 때였다.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해야 하는 지루함을 없애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려고 매장의 벽에 4개의 고성능 스피커와 오디오 시스템을 설치해놓고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람스가 작곡한 심포니 NO.4를 듣고 있었다. 휠체어에 의지하고 가게를 자주 찾아왔던 전직 중학교 교사 백인 할머니가 곡이 끝날 때까지 음악을 듣고 있다가 곡이 끝나자 나에게 물었다. 이 곡을 좋아하느냐고. 할머니에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교향곡이라고 답해 주었다.
이런 대화가 있은 후 할머니는 나의 가게에 올 때마다 이 곡을 듣고 싶어 했다. 우리는 맑은 공기 속 가을아침의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품위 있고 지성적인 브람스의 음악에 푹 빠지곤 했었다.
음악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92세의 일본 할머니 이야기를 들었다. 할머니는 한류를 좋아했고 뮤지컬 가수인 임태경의 열렬한 팬이었다. 인터넷을 통해서 임태경의 공연을 보고 감동을 받아 그의 공연 DVD와 CD를 구입해서 들으며, 언젠가 임태경의 공연을 직접 보는 것이 할머니의 소원이었다.
할머니는 임태경에게 편지를 썼다. 죽기 전에 꼭 한번 라이브 공연을 보고 싶다고. 임태경은 할머니를 서울로 초청했다. 임태경은 어느 카페에서 할머니를 위해 특별한 무대를 만들어 그토록 할머니가 듣고 싶어 했던 그의 노래 ‘나의 운명(my destiny)’을 불렀다.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임태경이 노래 부르는 이 감동적인 장면은 얼음덩이처럼 차갑게 굳은 한국과 일본의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 주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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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김 / 매릴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