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짠맛의 유혹!’

2016-09-12 (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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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지인들이 건강에 관심이 많아졌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아지다보니 더 살고픈 가보다. 하지만 마음뿐 과음, 식탐에 운동부족은 여전하다. 다를 점점 배만 불룩 나와 걱정이 태산인 이유다.

100세 시대 골골하게 오래 사느니 80세라도 건강하게 살자며 서로 다짐한다. 술을 끊을 수는 없으니 ‘각 1병씩’만 마시자고 마음을 맞춘다. 1주일에 한 두 번씩이라도 새벽운동을 하자고 뜻을 모은다.

건강 챙기기 음식조절도 서로 권한다. 무엇보다 ‘짠맛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 목소리다. 어느 특정모임만의 모습이 아니다. 중, 장년층 한인들의 모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만큼 나이 들수록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는 건 당연지사. 예전이나 지금이나 관심에 비해 실천부족은 마찬가지니 문제다.


음식을 짜게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이다. 소금은 성인질환을 일으키는 대표적 식품이다. 귀가 닳도록 듣는 소리다. “음식에는 가능한 소금을 적게 넣어라. 아예 넣지 말고 무염식으로 먹는 것도 괜찮다”. 소금을 무조건 ‘인체의 적’으로 여긴다. 그러면 소금을 조금만 섭취하면 건강에 치명적이 된다는 사실도 알고는 있는 것인지?

소금이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고혈압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분명한 사실이다. 소금을 구성하는 나트륨이 세포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세포는 균형을 맞추려고 수분을 흡수한다. 이 과정에서 세포막이 팽창하면서 근처에 있는 혈관을 압박하게 된다. 이런 현상이 바로 혈압을 상승시키는 이유가 된다.

소금이 성인병을 일으키는 건 사실인 셈이다. 그런 이유 하나만으로 식탁에서 퇴출될 위기로 몰려야 하는 것일까? 소금은 억울한 입장일 게다.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성인병 발생의 주범으로만 취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소금은 어떤 맛인가?

소금은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을 모두 가지고 있다. 네 가지 맛을 잘 혼합하면 짠맛이 된다. 짠맛은 오묘하게 여러 맛들이 ‘잘 짜여 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그래서 짠맛 성분인 소금은 다른 맛을 강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 소금은 설탕을 만나면 적은 양으로도 단맛을 내준다. 감칠맛과 지방의 풍미도 그 맛을 상승시켜 준다. 고기를 구워 그냥 먹은 것보다도 소금에 살짝 찍었을 때 더욱 맛이 좋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란다.

소금은 인체의 곳곳에 관여하는 의사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소금은 신진대사 촉진작용을 한다. 위액이나 췌장액의 원료가 되어 음식물 분해와 소화의 역할을 한다. 적혈구가 제 기능을 하도록 도와준다. 체액의 삼투압을 일정하게 유지해 노폐물을 내보내는 신진대사 촉진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염증을 고치는 소염작용이나 살균작용을 하는 등 치료효과도 뛰어나다.

그뿐 아니다. 근육의 수축작용과 뇌의 흥분전달에도 꼭 필요하다. 몸 안의 유독물질을 해독하며 체온을 올려주기도 하는 것이 바로 소금의 역할이다.

우리의 조상들도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로 소금을 활용했다. 소금으로 이를 닦았다. 혀에 백태가 끼거나 발가락에 무좀이 생겼을 때도 바르거나 문질렀다. 치통이나 피부병에도 소금으로 닦고 씻었다. 만병통치약처럼 소금을 여긴 셈이다. 지금도 이를 굳게 믿고 실천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이외에 귀신을 쫓는 주술행위에도 소금이 사용됐다. 오줌을 자주 싸는 아이에게 키를 씌워서 소금을 얻어오는 풍습이 대표적이다. 해독과 살균작용이 있는 소금이 오줌의 냄새를 없애고 어린이들의 야뇨증을 방지시켜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금은 성인병 발생의 ‘주범’이자 생명유지의 ‘주역’이다.

우리는 짠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다. 김치, 찌개, 장, 면 등 짠맛과 관련된 음식문화의 영향이다. 그러다보니 과다 소금 섭취로 고혈압, 위암, 뇌출혈, 신장 문제 등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우리가 ‘짠맛의 유혹’을 벗어나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그렇다고 무조건 참아서도 안 될 일이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의미인 ‘과유불급’이 딱 맞는 표현이다. 소금은 지나쳐도 안 되지만 , 모자라서도 안 되는 존재임을 알리는 이유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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