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노동절 연휴 아케디아 샌타아니타 팍에서는 LA 최대 규모의 야시장이 열렸다. 아시아 야시장을 컨셉으로 열린 ‘626 나잇마켓’을 지난 3일 밤 처음으로 가봤다.
길거리 간식이나 한두 가지 먹고 선선한 밤공기나 즐기고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큰 기대 없이 갔는데 도착하자마자 적잖이 놀랐다. 생각보다 규모가 매우 컸고, 몰린 인파도 엄청났다.
주차장에서 입구까지, 입구에서 또 음식 부스까지 한참을 걸어야 닿을 만큼 넓었다. 부스마다 이어진 환한 불빛아래 고기 굽는 연기가 가득했고, 맛있는 음식 냄새와 이국적인 향이 섞여 코끝을 자극했다. 서울의 밤 생각도 났고, 홍콩이나 대만 어딘가의 야시장에선 이런 향이 가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샌가브리엘 지역번호 ‘626’을 따서 이름 지어진 ‘626 나잇마켓’은 지난 2012년 4월 패사디나에서 처음 시작해 성공을 거둔 뒤 올해로 5년째 열리고 있는 행사다. 인기에 힘입어 ‘OC 나잇마켓’까지 확대됐으며, 626 나잇마켓은 올해도 7월과 8월, 9월까지 총 3번의 주말에 열려 성황을 이뤘다.
대만계 미국인 조니 황이 처음 시작한 이 행사는, 당초 아시안 이민자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단발성 행사로 계획됐으나, 첫 회에 1만5,000여명이 몰리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후 행사 규모는 점차 커졌고, 방문자는 물론 참가 벤더와 후원 대기업의 수도 늘었다. 지금은 미국 내 최대 아시안 테마의 장터이자 축제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처음 보는 흥미로운 음식이 가득했다. 라면 부리또, 라면 버거, 스시도넛 같은 퓨전 음식도 많았다. 특히 모찌 와플, 도넛 아이스크림, 레인보우 그릴치즈처럼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리면 ‘좋아요’가 출렁거릴 예쁘고 독특한 디저트가 셀 수 없이 다양했다.
줄을 서서 기다려 필리핀 고기 꼬치를 먹고, 베트남식 미트볼과 태국 밥버거를 먹었다. 한 일본 맥주 브랜드에서는 맥주 거품 슬러시가 생크림처럼 올라간 맥주를 무료로 나눠줬다. 회오리 감자와 아이스크림 롤은 끝없는 줄을 기다릴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했고, 대신 20분 넘게 기다려 크로넛(크로와상도넛)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다음에 와선 꼭 전략적으로 먹겠다고 다짐할 만큼 군침 도는 부스가 많았다. 길게 늘어선 줄이 좀처럼 짧아지지 않던, 어마어마한 매출이 짐작되는 부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많은 부스 중 반가운 한식은 많지 않았다. 불고기를 주 재료로 한 타코와 부리또 등이 있었고, 떡볶이도 보였고, 미니 태극기가 달린 컵 치킨도 귀여웠지만 눈에 띄진 않았다. 일본 맥주도, 과자와 차도 홍보 부스가 여기저기 보였지만 한국 브랜드는 찾을 수 없었다.
아시안 음식이 뜨겁게 떠오른 잔치에서 한식과 한국 브랜드가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았던 것 같아 아쉽다. 한인타운에서 열렸던 ‘K타운 나잇마켓’과의 비교를 떠나서, 잘 차려진 남의 행사에서 든 부러움 반, 아쉬움 반의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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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