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말 돈이 전부일까?

2016-09-07 (수) 노창해/ 교육가
크게 작게
1970년 필자는 고국에서 모 TV방송의 말단 기자로 짧은 기간동안 국회(그 당시 국회는 여의도가 아니고 코리아나 호텔 옆에 있었음)를 출입한 경험이 있다.국회 여당과 야당 지도부 모두가 어떤 의제에 대해 절실히 합의하고 싶은데 여러 가지 이유와 윗사람 그리고 국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합의 보지 못하고 질질 끄는 경우가 있다.

어느 날 아침이었다. 야당 원내 총무가 기자실에 들어서면서 통신사 김 기자에게 “왜 허위 기사를 쓰는 거야” “내가 어제 부산에 있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데 ,어제 서울에서 빵(여당 원내총무의 별명)을 만나 ***에 대해 합의를 보았다고 기사를 써” “감옥 가고 싶어요?”

나는 놀랐다. 그 당시 김 기자는 나보다 20여살 많은 노기자이면서 나의 군 동기 매형이었다. 기자실 한 모퉁이에 있는 휴게실에서 늘 바둑을 잘 두던 김 기자는 그날 역시 바둑을 두면서 야당 총무를 쳐다도 보지 않고 “ 왜 아침부터 시끄럽게 소란이요” 라는 답이었다.


어찌 일국의 야당 총무에게 소란을 피운다니? 걱정이 앞섰다. 김 기자는 이어서 “과부 팔자 고쳐 주었으면 고맙다고 할일이지” “술이나 사쇼”라고 말한다. 그때 야당총무가 화를 낼 줄 알았는데 반대로 “아! 또 내가 김 기자에게 손 들었구만” “저녁에 봅시다” 하고는 기자실을 나가 버린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며칠 후 역시 바둑을 두고 있는 김 기자를 찾아갔다. “김 기자님” 제가 보기에는 국회의원이 되시면 원내 총무 정도는 무난히 하실 텐데 왜 안하십니까? 김 기자 왈 “허 허...” “자네 정치가 뭔지 아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조직일세, 조직.” 쉬지 않고 이어서 “조직이 뭔지 아나?” 역시 답을 들으려 하지 않으시고 “ 돈일세, 돈.” “내가 돈이 없네.” “알았으면 가봐” 였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자리를 물러 나왔다.

김 기자의 말처럼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곳이 조국인지 모른다. 동창회에 나가기 위해 외제차를 렌트하고, 명품을 임대하는 전당포가 잘 된다는 나라, 조국은 근래에 와서 더욱더 돈이 권력이며 돈이 인격이고, 돈이 신분을 정하고,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돈. 돈 하는 나라가 되어버린 것 같다.

과연 돈이 전부일까? 가짜 정치는 조직과 돈이 전부인지 몰라도 진정한 정치란 조직과 돈일까?

우스갯소리 하나 하고 끝을 맺고자 한다. 시샘 많은 여고 동창생 3명이 함께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섰단다. 염라대왕이 “사무착오로 너희들을 불러 여기까지 오게 했으니 다시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라.” 하면서 “소원 하나씩을 들어줄 테니 말을 하라” 고 했다. 첫 번째 여인이 “이 세상에 있는 제일 좋은 백화점을 주세요.” “염라대왕이 “그거 어렵지 않지, 그래 가져라.” 두 번째 여인이 “이 세상에 있는 제일 좋은 명품 전부를 주십시오.” 염라대왕이 “역시 너도 가져라.”

마지막 여인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을 가지고 싶냐.”고 물으니 “나는 그런 보이는 시시한 것 싫어요. 보이지 않는 것을 주세요.” 라고 답했다. 염라대왕은 “보이지 않는 것이 무엇이냐?” 그녀 왈 “이 세상의 공기 전부를 주세요.”라고 하니 염라대왕이 “내가 너한테 손들었다.”라고 했다는 말이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예이다.

편안(便安)한 삶과 평안(平安)한 삶 중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양자의 조화의 삶을 택할 것인가? 별이 촘촘한 밤하늘을 보며 한번쯤 고민해 볼만하다.

<노창해/ 교육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