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느 뇌박사가 체험한 뇌졸증

2016-09-03 (토) 정정숙/전직 공립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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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ll Bolte Taylor는 정신분열증을 보이는 18개월 위인 오빠로 인해 뇌에 관심을 가지고 뇌박사가 되어서 하버드대의 연구팀에서 일했다.

37세에 혈관이 터졌다. 혼자 살던 그는 유사시에는 911에 전화건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 없었다. 여느때처럼 일하러 가야한다는 생각은 떠올랐기에 그림처럼 보이는 명함의 글자들을 보며 자신의 근무처로 보이는 곳의 전화를 걸기까지는 무려 4시간이나 걸렸다. 그 때 의식 안에 일어난 느낌들이 그가 방송에서 전하고 다니는 내용이다. 이곳에는 그의 책, My Stroke of Insight에 나오는 내용을 극도로 간추려 소개한다.

우리의 뇌의 DNA는 99.4%가 침팬지와 같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모든 인자를 공유하는데 서로 구별될 수 있는 부분은 오직 0.01%에 의해 좌우된다. 1/10,000인 셈이다. 우리 몸은 50조 개의 세포와 물로 이루어져 뼈, 근육, 감각기관 등등의 세포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일하며 우리를 건강하게 지켜주고 있다.


우리의 몸이 하루하루 무사히 기능하고 있는 것은 실은 기적이다. 그 중에서 우리를 다른 동물로부터 크게 분리시켜주는 것은 우리의 뇌의 힘이다.

질 박사의 좌뇌에는 뇌동맥과 정맥사이를 이어주는 모세혈관이 없었고 뇌동맥과 뇌정맥이 바로 연결되며 선천적으로 혈관덩어리를 가지고 있었다. 정맥이 동맥의 압박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혈관덩어리가 터지며 피가 뇌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중풍을 일으켰다.

질 박사는 STROKE의 첫 글자를 따서
S(Speech) T(Tingling-Numbness in the Body) R(Remember) O(Off Balance) K(Killer Headache) E(Eyes)라고 충고한다.

말에 이상이 오거나 몸에 마비가 오거나 기억을 못하거나 몸의 균형을 잃거나 심한 두통과 물건이 겹쳐 보이거나 여럿으로 보이는 이상이 오면 일단 뇌일혈을 의심해 보라고 한다.

판단하고 사고하며 언어, 수리를 담당하는 좌뇌가 마비되자 질은 어른 여자의 몸을 가진 아기가 된 것이라는 느낌이 왔다. 말도 못하고 판단도 제대로 못했으니까. 그 와중에서도 엉뚱하게 '아 참 운이 좋으네. 뇌연구를 하는 과학자 중에 몇 사람이나 뇌에 이상이 생겨 나처럼 뇌 이상에 대한 체험을 직접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오관을 담당하는, 즉 현재의 감각만을 느끼는 우뇌가 좌뇌의 조절을 벗어나 모든 기억이 사라지자 37년 동안 겪었던 근심 걱정에서 놓여나며 우주와 합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3차원의 공간개념이 사라지고, 몸이 고체가 아니라 액체화한 느낌이었다. 공간에 액체가 되어 흐르고 있었다.

그동안 좌뇌는, 자신을 다른이들로 부터 떨어진 객체로 보게 훈련을 했는데 좌뇌가 잠잠해지자 우뇌의 새로운 통찰력이 살아나기 시작해 자신의 영혼이 우주만큼 크며, 끝없는 바다에서 기쁨으로 춤추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표현할 수 없는 평화와 고요함이 몸 안 가득 스며들었다. 피가 뇌 속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고 있는 동안에도 부드럽고 만족스러운 느낌이 지속되며, 그동안 자신의 몸을 지탱하기 위해 작은 세포들이 열심히 일했을 것이 놀라워 겸허해졌다. 그러면서 단지 방문하기 위해 지구에 온 것을 모르고 그동안 몸에 갇혀 열심히 생활한 것이 기이하게 여겨졌다.


8년간의 긴 각고 끝에 질 박사는 온전한 몸으로 회복되지만 고집스럽고 거만했고 신랄했으며 질투하던 자신의 옛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제는 자신이 이 지구 안에 있는 모든 인류와 하나임을 깨달았고 이 세상을 더 평화롭게 만들고 서로에게 더 친절해지기 위해 태어난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세상의 교육은 좌뇌를 중심으로 한 교육이기에 지금은 좌뇌만의 지배를 받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우리가 조절하기 힘든 감정의 지배를 받는 것은 90초이다. 그 후로는 조절이 가능하다. 1분 30초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화를 내고 있다면 그 사람은 화를 내기로 선택을 한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평화롭고 사랑하는 마음을 선택할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질 박사가 온전한 몸으로 회복된 것은 무서운 노력을 한 것과 뇌에 대해서 알고 있던 뇌박사였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모든 이가 뇌를 다친 후 이런 긍정적인 체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본다. (혹 주변에 뇌일혈을 가진 가족이나 친구가 있다면 혹 앞으로라도 생긴다면 눈을 마주치며 천천히 분명하게 말하고 참을성을 가지고 부드럽게 다루어달라고 부탁한다.

바보가 된 것도 귀가 먹은 것도 아니기에 짐짝처럼 다루어서는 안 된다고. 말을 못할 때 '예, 아니오'의 선택보다는 여러가지의 예제를 주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고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슬퍼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기뻐해달라고도 부탁했다)

질박사는 2008년에는 세상에 가장 영향을 준 100인으로 뽑혔고 지속적인 강연을 통해서 뇌를 기증해 줄 것을, 그래서 뇌에서 생기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공헌을 해줄 것을 온 세상에 부탁하고 다닌다. 죽음이 임박해서 사후 뇌를 기증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1-800-BrainBank(1-800-272-462265)로 정보를 요청하라고 한다. 기증자의 뇌는 정신병자로 불리는 이들의 해결책을 연구하기 위해 쓰인다고 한다.

<정정숙/전직 공립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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