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챔피온과 눈물

2016-09-03 (토) 김상준/ 비영리단체 근무
크게 작게

▶ 뉴저지 자문위원 글마당

금년 여름에는 세계적 스포츠 빅 이벤트가 유달리 많았다. 6월에는 Copa America(북,중,남미 축구 선수권 대회)가 상대적으로 축구 불모지에 속하는 미국에서 개최되었으나 공전의 축구 붐을 전국으로 일으키고 청중도 예상외로 많이 동원하여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렀었다.

7월에는 UEFA Euro(유럽축구 선수권 대회)가 프랑스에서 열려 축구의 묘미로 세계의 축구 팬들을 감동시키며 한 달간 유럽 전체가 축구 열기로 들끓었다. 8월에는 제 31회 하계 올림픽이 브라질 리오에서 열려 세계 스포츠 매니아들을 열광시켰다. 게임의 치열한 경쟁에 정신없이 빨려 들어가 선수들과 함께 승리에 환호하고 패배의 비탄에 동참하면서 스포츠가 주는 감동을 마음껏 즐겼다.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FIFA 랭킹 1위 팀, 아르헨티나는 칠레 팀에 2년 동안 연속 패배했다. 모두 다 예상외의 결과였다. 이번에 페널티 킥 실책으로 패배의 단초를 제공한 세계 최우수 선수 리오넬 메시의 결승 직후 엄청 낙담하는 모습에 감전되어 가슴이 메었다. 유럽축구 선수권 결승에서는 포르투갈 팀이 주최국 프랑스 팀을 꺾고 선수권을 거머쥐었다. 이것도 예상 밖의 결과다.


포르투갈로서는 세계 메이저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역사적인 승리였다. 주장, 세계 최고 인기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감격에 겨운 환희의 눈물에 오싹 떨리는 전율을 느꼈다. 경기장에서 최종승리가 확정되는 그 영광의 순간에 선수들은 거의 예외 없이 눈물을 흘린다. 훈련에서 보낸 혹독한 시간과 승리에 전력투구한 집념이 뒤엉켜 눈물 속에 배어있다. 나도 모르게 울컥해 진다. 메달을 목에 건 젊은 전사들의 늠름한 표정은 순백의 감동을 전해준다.

한국에도 눈물에 관해서는 남 못지않은 연유가 많다. 한(恨)의 문화가 한국 문화인 탓인지 전통문화는 물론이고 대중문화, 스포츠 문화에도 항상 눈물이 고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천, 수만 명의 선수를 제치고 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많은 선수들이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오열에 가까웠다.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땅 바닥에 주저앉아 두 손을 치켜들고 눈물을 흘린다.

그 뿐이 아니다. 시상대에 올라서도 온통 눈물 투성이다. 말을 잇지 못한다. 과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선수들이 보여주던 모습이다. 그 울음은 ‘한의 문화’의 울음이었다.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싸움이다.

그 싸움에서 결국 이겼다. 그 때 터지는 통곡 같았다. 가정 형편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를 악물고 환경과 싸운다. 눈물겨운 가족의 뒷바라지로 버틴 것이다. 최종 승리의 순간 그 숱한 인고의 나날들이 일시에 떠올려 진다. 그러면서 이제는 살 만하게 됐었다는 안도감이 복받쳐 터져 나온 심장의 응어리로 들렸다.

그 울음소리가 달라졌다.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눈물을 비친다. 그러나 오열이 아니다. 환희의 눈물이다. 인간 승리의 눈물이다. 리오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딴 한국 신세대들이 보여 주고 있는 모습이다. 금메달이 아니어도 당당하다. 여유가 있고 비장감이 적어졌다. 그 당당한 모습. 여유로운 신세대의 모습에서 달라진 대한민국의 오늘이 새삼 느껴진다.

<김상준/ 비영리단체 근무>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