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마추어가 보는 미국역사(120) 제23대 Benjamin Harrison 대통령과 Anti-Trust Act

2016-09-02 (금) 조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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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ver Cleveland는 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대통령선거에 재출마했다. James G. Blaine 상원의원이 건강이 좋지않아 출마를 포기하자 공화당은 인디애나 주의 Benjamin Harrison 연방상원의원을 대통령후보로 공천하였다. Harrison 은 미국의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버지니아 주지사였던 Benjamin Harrison 5세의 증손자이고 9대 대통령 William Henry Harrison 의 손자이었다. 그는 남북전쟁때 인디애나 주의 자원병 연대장으로 참전하여 장군으로까지 진급되었다가 예편한 후에 상원의원이 된 사람이었는데 정치적 수완은 별로 없었던 인물이었다.

공화당은 고율의 수입관세야말로 미국의 공산업자, 노동자, 농산업자들을 보호하는 좋은정책 이라고 유권자들을 현혹하였다. 공화당은 노동단체들의 지지를 받는데 성공 하였고 재벌 기업가들이 큰액수의 정치헌금을 공화당에 하였다.

공화당은 뉴욕 주와 인디애나 주 등 인구는 많지만 자당의 지지기반이 약했던 주들에 전략적으로 많은 선거자금을 투여하여 매표를 하였다. 그때까지의 대통령 선거 중에서 가장 부패했었다고 알려진 이 대통령선거에서 Cleveland 는 실제 유권자 투표수로는 10여 만 표를 더 얻었으나 대통령 선거인단 득표수에는 233 대 168 로 Harrison 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이 총선거에서 공화당은 상하양원의 다수당도 되었다. 그야말로 민주당의 정치적인 대참패이었다.


당시 국회에는 격렬히 논쟁되고 있던 세 가지 법률안들이 있었다. 수입관세, 투표권 개량, 은화발행 등이 있었는데 이 법률안들은 정당 간에, 또 남북간에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있어서 입법을 하기에 아주 힘드는 것들이었고 설령 어떤 법률안이 상원이나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상하양원을 다 통과하기도 힘든 것들이었다.

Harrison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남부흑인들의 투표권을 연방법으로 보장하도록 하겠다는 발언을 하였다. 그가 흑인민권보장에 특별한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남부에서 투표의 방해를 받아오고 있던 흑인들이 거의 다 공화당 지지자들이었던 까닭이었는데 이러한 발상은 소속정당과는 상관없이 대부분의 남부주 출신 의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통화제도에 대해서 1분짜리 강의를 해보고자 한다. 미국은 초창기부터 아무런 실물가치가 없는 지폐의 신뢰도를 보장하기 위해서 아무 때고 지폐를 은행에 가져오면 일정량의 금과 교환하여 주기로 약속하고 지폐인 Bank Note 를 발행하는 금본위 화폐 제도를 써왔었다. 이때에 발행된 지폐를 Gold Certificate 라고도 부르는데 금본위제도는 종이돈의 가치하락을 금이 방지해 주었으므로 인플레이션의 증폭을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많은 부수적인 문제들이 발생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금본위 제도는 꾸준히 지속되어 왔었다. 금본위 화폐제도에서 “금처럼 대접받지 못하고” 제외된 은을 생산하던 은광업자들이 행복할 리가 없었다. 그들은 언제부터인가 시작된 금과 은의 “1 대 16” 이라는 상대적 가치가 유지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은의 인위적인 수요를 제도화하기 위하여 연방정부가 매월 2백만 온스의 은화를 발행해 오고 있었다.

주로 미국서부에 몰려있던 Silver States (Arizona, California, Colorado, Nevada, New Mexico, Texas, Utah 등등) 출신 국회의원들은 은화 발행액수를 대폭 늘여주기를 원하였다. 그들은 미국의 매월 총 은 생산량인 450만 온스를 연방정부가 구입하여 은화로 만들어 주기를 요구하였다.

은 450만 온스를 구입할 돈은 새 지폐를 그만큼 찍어내서 조달하라는 것이었다. 화폐제도의 초보적인 기초상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실물가치의 동등한 증가가 없이 종이돈을 마구 찍어대면 통화량이 늘어나서 전반적인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은 알 수 있는 일이다.

적당한 인플레이션은 기업활동을 더 활발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지만 노동자, 봉급생활자, 은퇴자 등 고정수입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화폐가치의 하락과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어려움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장기대부를 받은 사람들에게는 비쌀때 꾸어쓴 고정된 액수를 싸진 (동시에 벌기도 조금 더 쉬워진) 돈으로 갚게되는 효과가 있다.


남북전쟁 중에 농산물 생산은 줄어들고 인플레이션이 심해지자 남북의 농민들 모두가 돈을 벌었다고 한다. 이들 농산업자들은 대형의 농기구들을 구입하기 위해 큰 액수의 모기지 (장기재산담보융자) 를 했었는데 , 남북전쟁 종전이후 농산물 가격이 많이 떨어지고 지폐가치가 올라가는 디플레이션이 오자 대부금 상환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이들 농산업자들은 은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Free Silver” 라고까지 잘못 알려졌던 은화 발행을 지지하였다.

이제 다급해진 것은 수입관세 인상을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내걸었던 공화당이었다. 워낙 지역과 산업간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있어서 같은 공화당원이라는
이유만으로는 국회의원들의 지지표수를 확보할 수가 없었다. 흥정과 타협의 정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남부쪽의 흑인투표를 겨냥했던 투표개량법안을 포기함으로써 남부출신 의원들의 표를 모아야 했었다.

흑인들의 참정권 보장은 아주 더 오랜 세월이 지난 다음에야 이뤄졌다. 또 서부 뿐만 아니라 많은 농산업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던 은화발행도 서부지역 의원들의 요구대로 실시하기로 하여 그쪽 의원들의 표를 모을 수밖에 없었다.

후일 대통령이 되는 William McKinley 하원의원의 발의로 1890년 5월에 입법된 “수입관세인상법”은 미국의 농공산업자들과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식료품, 의류, 가구, 카펫, 연료, 각종도구, 부엌용품, 실 등외에도 수많은 수입품목에 인상된 수입관세를 부과하였고 차, 커피, 향료, 약품 등 미국에서 생산되지않는 품목은 무관세로 수입되었다. 미국에서도 생산되었던 설탕은 무관세 품목이었으나 파운드 당 2센트 씩을 부과하여 미국의 설탕 생산자들에게 육성비란 명목으로 배분하였다.

Harrison 대통령 임기중에 입법된 법들 중 미국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법이 John Sherman 상원의원 발의로 입법된 Antitrust Act of 1890이다. 이 법은 기업의 자유경쟁을 방해하고 독점기업을 조장하게 되는 모든 기업체들의 합병, 통합, 계약, 결사 등을 금지하는 것이었다.

원래 “Trust” 는 영국에서 공공목적을 위해 조직되었던 비영리단체나 단체의 연합 등을 의미하는 용어이었는데 미국의 기업들이 “눈가리고 아웅”하는식으로 독점기업, 영리 기업들의 연합 등을 만들어 놓고 그것들을 “Trust” 라고 불렀던 탓에 그런 회사나 단체를 통치하기 위한 법을 “Antitrust Act” 라고 부르게 되었다.

1880년대말에 이르러서는 등유는 Standard Oil, 설탕은 E.C. Knight, 연초는 American Tobacco 식으로 초대형 회사나 Trust 등이 모든 산업들을 거의 완전 독점하고 있어서 소기업들과 농산업자들이 독점횡포가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여론이 뜨겁게 들끓기 시작하자 드디어 양당은 1888년의 대선 정강으로 독점기업단속을 채택하게 되었었다. Harrison 대통령은 1889년 말의 연두교서에서 독점단속법을 입법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하였다. John Sherman 의원의 발의로 Antitrust Act 가 1890년 7월에 입법되었다.

이 법은 단속규정들이 다소 애매하다는 문제점이 처음부터 있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이 법이 입법된 후에도 정치자금 등을 위해서 독점기업, 재벌기업들의 협조가 필요했던 여러 대통령들은 마치 이 법이 없는 것처럼 행동했거나 이 법을 제대로 집행하기를 주저하였다. 더러 어떤 대통령이 용기를 내서 독점단속의 칼날을 휘두르면 보수적인 대법원이 재판에서 법률정신을 따르기 보다는법문해석상의 이유로 독점대기업의 손을 들어주기도 하였다.

이 법 제정이후 거의 20여 년이 지나서 “저돌적으로” 독점기업들의 단속에 나선 제26대 Theodore Roosevelt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이 법은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였다.

<조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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