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볼썽사나운 감투싸움

2016-09-01 (목) 이경하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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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대표적인 뉴욕일원의 한인 원로 친목단체인 뉴욕상춘회가 한 지붕 두 회장 문제로 시끄럽다.

발단은 박태환 현 회장 집행부측이 지난달 운영위원회 표결을 통해 뽑힌 오세재 신임회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재선거를 실시해 김재숙 부회장을 새로운 회장으로 선출하면서 시작됐다. 오세재 회장이 상춘회 모임을 최근 6개월 동안 참석하지 않은 만큼 회칙에 따라 당초부터 오세재 회장은 후보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박 회장측의 근거다.

이에 대해 전직회장단측은 “박 회장측이 선거에서 자신들이 밀었던 김재숙 부회장이 떨어지니까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오세재 회장을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전직 회장단은 급기야 지난달 25일 기자회견까지 열어 회칙상으로 김재숙 부회장을 신임회장으로 선출한 것은 원천무효라고 다시한번 확인하고, 상춘회가 쪼개지더라도 오세재 회장 체제로 상춘회를 운영해 나갈 것이라며 ‘한지붕 두회장’ 사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공개 표명했다.


이에 맞서 박 회장 측도 1일 맞불 기자회견을 열고 김재숙 회장 체제로 강행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야말로 한 치의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리며 스스로 파국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이 같은 광경을 보는 상춘회 회원들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안타깝기 그지 없을 것이다. 뉴욕상춘회는 누가 뭐래도 한인사회에서 존경받는 어른단체로서 노인들의 복지 향상과 여가 활동 활성화를 책임지고 있는 노인 단체이다.

한창 법률 상담 등 여러 가지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야 할 시점에 볼썽사나운 감투싸움으로 이 같은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는 것은 비판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싸움이 길어지면 조직은 부실화되고, 상춘회를 바라보는 회원들의 믿음에도 금이 갈 수 밖에 없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내분에 휩싸인 당사자들은 이러한 ‘원칙’을 얼마나 염두해 두고 있을 지 자못 궁금하다.

<이경하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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