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름이여 안녕!

2016-08-27 (토) 전미리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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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저지 자문위원 글마당

“ 물결 춤춘다 바다위에서 흰 돛단배도 바다에서 바다로 가자 “ 노래를 부르며 가까운 바닷가로 향한다.중부 뉴저지에서 40분 정도 36을 타고 남쪽으로 가면 아틀랜틱 하이랜드 팍을 만나면서 샌디 훅이나 시 브라이트로 향하는 멋진 다리에 이른다.

다리를 건너기 직전 오른쪽 언덕위에는 내가 즐겨 올라가는 네브싱크 트윈 라이트(Navesink TwinLight)가 우뚝 서있다. 지금은 등대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으나 등대와 관련된 물품을 진열한 박물관이 있고 등대 안으로 들어가서 올라가면 아름다운 해안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네브싱크 쌍둥이 등대는 1862년에 세워졌고 지금은 뉴저지 역사물 보호지역의 하나로 귀하게 보존되어 있어 한번 쯤 가 볼만한 곳이다. 수년전 나는 한글학교 어린이들을 그곳에 데리고 가서 “ㄷ” 등대를 가르치고, “ㅂ” 바다, “ㅅ” 새를 가르쳤다. 이제는 30이 넘었을 그 사람들에게는 아름답게 떠오르는 추억의 등대가 되었을 것이다.


등대가 있는 언덕에서 내려와 다리 밑으로 돌면 물위에 떠있는 듯한 덱크를 뒤로한 음식점 모빌(Mobil)이 있다. 그곳에서 나르는 갈매기와 함께 스티머(혀가 긴 조개)를 먹는즐거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다리를 건너 오션 애비뉴를 따라 남쪽으로 드라이브 하면서 이곳 저곳을 들러본다. 자연이 유혹하는 대로…

어느 날 포인트 플레전트 베이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 앉아서 짠 바람에 실려오는 해초 냄새에 취해 나의 눈은 조는듯 감실거리며 행복해 하고 있었다. 갈매기들은 먹이를 찾아 곡예사처럼 물위에서 곤두박질하고 있었다. 드디어 한 마리의 갈매기가 머리를 물속으로 담갔다가 큰 물고기 한 마리를 입에 물고 공중에 떴다.

그런데 이 일을 어째, 주위를 돌던 갈매기 한 마리가 쏜살같이 날아와서 친구(?)의 입에 물린 물고기를 잽싸게 빼앗아 물고 날아가 버렸다. 벤치에 앉아있던 모든 사람들이 소리내어 웃었다. 기는 놈위에 나는 놈있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나는 놈위에 번개 같은놈이 있다고 웃었지만 먹이를 빼앗긴 갈매기의 억울함에 내가 속이 상했다. 그리고 친구의 먹이를 빼앗아 먹은 그 갈매기가 탄식하며 울기 바랬다.

‘갈매기의 탄식’
나는 나른다/ 먹이를 찾아 오늘도 내일도/ 친구가 물고가는 물고기도 잡아채고/ 어부가 당긴 그물 속의 물고기도 훔쳐먹는/ 나는 나쁜 갈매기
그래서 울며 나르는 나쁜 갈매기/ 나도 착하고 우아하게 살고 싶은데/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요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울며 나르는 나쁜 갈매기
낔! 낔! 낔!

우리 인간 사회에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도 인간의 영혼은 맑고 깨끗하기 원하기에 사회는 정의롭고 아름답게 존재할 것이라 믿어본다. 어느새 하늘이 아름답게 물들고 있다. 오늘은 유난도 큰 붉은 해가 길 끝에내려와 가득하고 저녁 노을은 온 세상을 황금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조개 구름들이 보라색으로 퍼저가고 있으니 이제 곧 어둠이 시작될 것이다.황홀한 석양을 바라보면서 나는 바다를 떠난다.

‘ 내 귀는 바닷가 소라 껍질
물결치는 소리가 그립습니다’
장 꼭또의 시를 읊으며 나는 또 내년 여름을 기다리겠지. 여름이여 안녕!

<전미리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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