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단지성과 대한민국의 미래

2016-08-26 (금) 전호환/ 부산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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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세계 경제는 ‘저(低)’라는 단어 하나로 대표된다. ‘저성장, 저소비, 저금리, 저투자’인 ‘뉴 노말시대’가 도래했다. 뉴노말시대에 우리나라는 ‘저출산’이라는 높은 산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저출산은 우리나라 대학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2005년도 출생자는 43만5,000명 남짓이다. 이들이 만 18세가 되는 해인 2023년 고등학교 졸업자 수는 39만6,000명으로 추정된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67% 수준이고 OECD 국가 대학 진학률은 40% 정도이다. 2023년도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약 60%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53만 명의 대학 정원은 30만 명이 줄어든 23만 여명으로 된다는 말이다. 대학 교육이 위기이고 이는 대한민국의 위기를 말한다.

‘가장 뛰어난 예언자는 과거’라는 영국의 시인 바이런의 말처럼 우린 역사를 통해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다. 세계적인 과학 전문 주간지인 네이처에서 세계 10대 천재를 선정한 적이 있다.


놀랍게도 1위에서 10위까지 명단에는 최근 인물들이 없다. 1위 레오나르드 다빈치를 시작으로 세익스피어, 이집트 피라미드를 만든 사람들, 괴테, 미켈란젤로, 뉴턴, 토마스 제퍼슨, 알렉산더 대왕, 피디아스, 아인슈타인의 순서다. 다빈치는 600여 년 전 사람이고 파르테논 신전을 만든 피디아스는 2,500여 년 전 사람이다. 가장 최근의 사람인 아인슈타인도 140여 년 전에 태어났다. 인간의 두뇌가 진보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피라미드를 만든 사람들은 집단지성을 말한다. 쿠푸왕 피라미드 옆에서 원형 그대로 발견된 43.5m길이의 목선인 ‘태양의 배’는 5,000여 년 전의 선박건조 기술수준을 보여준다. 태양의 배 건조 기법은 21세기인 오늘 날에도 그대로 사용되는 목선 건조기술이다. 현재는 강판으로 배를 만든다. 이는 철기 문명이라는 인류 문명 발달의 산물이지 않는가. 즉 진보한 것은 인간의 지능이 아니라 문명이다. 갓 태어난 아기를 미국, 한국 그리고 아프리카에 데려다 놓고 양육시킨다면 그 아이의 미래는 빤하다. 내가 태어난 국가의 문화수준 즉 집단지성의 수준이 내 지능의 출발선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집단 지성은 교육으로 만들어지고 향상시킬 수 있다.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는 논리다.

지난 5월, 잉글랜드 중부 인구 30만의 작은 도시 축구팀인 레스터시티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창단 132년 만에 정상에 등극했다. 선수 총 이적료가 손홍민선수 이적료에 불과한 마이너들의 반란이었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 그야말로 모두가 안 된다던 루저팀 레스터시티였다. 근데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냈다.

백과사전 브리태니커를 이긴 위키피디아의 원동력은 인터넷이라는 ‘오픈 플랫폼’을 통해 입증된 ‘소통과 참여’의 힘이다. 집단지성이 올바르게 작동한 결과이다. 위기의 대학을 기회의 대학으로 만들기 위한 소통과 참여의 힘이 필요한 때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대학교육에 달려 있지 않는가. 한강의 기적을 넘어 대한민국호의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해서 말이다.

<전호환/ 부산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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