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된 장기에 대한 거부반응을 차단하는 면역억제제이지만 최근 노화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밝혀져 주목을 받고 있는 라파마이신(rapamycin)이 쥐의 수명을 최대 60%까지 연장시켰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워싱턴 대학 병리학 교수 매트 케벌라인 박사 연구팀이 늙은 쥐들에 단기간 라파마이신을 투여한 결과 이 같은 놀라운 효과가 나타났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23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사람의 60세에 해당하는 20개월 된 늙은 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라파마이신과 위약을 90일 동안 투여하고 중단한 뒤 수명을 지켜봤다.
그 결과 라파마이신 그룹은 대조군 쥐들보다 최대 60%나 더 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람으로 치면 140세에 해당한다.
라파마이신이 고용량 투여된 쥐들은 숫쥐가 암쥐보다 오래 살아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저용량이 투여된 쥐들은 암수 모두 대조군 쥐들보다 오래 살았다.
라파마이신이 투여된 쥐들은 장(腸) 박테리아의 집합체인 장 세균총(microbiome)의 구성에 변화가 나타났다.
늙은 쥐들에는 그리 많지 않은 절편 섬유성 박테리아 (segmented filamentous bacteria)들이 증가했다.
이 박테리아들은 장 조직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장벽에 단단히 달라붙어 면역세포의 형성을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쥐 실험은 만약 사람이 대상이라면 중년의 건강한 사람이 한 해 걸러 3개월 정도씩 라파마이신을 복용하는 것을 상상하면 될 것이라고 케벌라인 박사는 설명했다.
그의 연구팀은 현재 개를 대상으로 라파마이신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라파마이신은 남태평양의 라파누이(Rapa Nui) 섬 토양에 서식하는 박테리아에서 처음 분리된 물질로 면역억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1999년 면역억제제로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았다. 최근에는 유방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유방암 치료에도 쓰이고 있다.
그 후 라파마이신은 mTOR라고 불리는 대사경로에 개입해 노화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지금까지 쥐, 초파리, 선충 등 여러 동물모델 실험에서 수명연장 효과가 확인됐다.
이 연구결과는 '이라이프'(eLife) 최신호(8월 23일 자)에 실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