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올림픽에서도 운이 있어야 이긴다

2016-08-23 (화) 조성내 / 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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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에서 한국하고 멕시코하고의 축구게임을 보았다. 멕시코 축구가 한국보다 훨씬 압도적으로 우세했었다. 분명히 한국이 질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한국축구는 수비에 바빴다. 헌데 한국축구가 한번 공을 몰고 적진에 돌진하더니만 멕시코 골대에 공을 쉽게 집어넣어버렸다. 한방으로 멕시코 축구를 몰살시켜버렸던 것이다. 어찌나 감격스러운지 탄성을 질렀다.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멕시코가 진 이유는 무얼까? 실력이나 기량 면에 있어서 한국축구는 멕시코를 따라 갈 수가 없었다. 멕시코는 그날 재수가 없었다. 멕시코가 찬 공은 모두 다 한국 골키퍼를 향해서 날라 갔다. 골키퍼는 힘들이지 않고, 자기를 향해 날라 들어오는 공을 모두 다 안이하게 막아냈었다. 하지만, 한국 선수가 한번 몰고 가서 찬 공이 멕시코의 비어있는 골대 안으로 쑥 들어가고 말았다. 한국은 그날 억세게 운수가 좋았다.

이와 꼭 같은 일이 거꾸로 일어났다. 한국축구가 온두라스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세했었다. 한국이 온두라스를 3:0으로 혹은 적어도 2:0으로 쉽게 이길 것이라고 믿었었다. 하지만 한국도 실력이 부족한 온두라스에 어처구니없게 지고 말았다. 경기란 실력만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운이 있어야, 이길 운이 있어야 이기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점쳐진 선수들의 몇 명이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그 대신 기대하지도 않았던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기도 했었다.


나는 가끔 골프 게임을 관람한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모든 골퍼들의 실력이나 기량은 거의가 다 똑 같다고 생각이 든다. 오늘 게임에서는 A가 이기고, 다음 주 골프게임에서는 B가 그리고 다음에는 C가 이긴다. 물론 이 중에서 더 자주 이긴 골퍼들이 있기는 있다.

박인비는 왼쪽 검지 인대가 아파서 금년초반에는 골프를 쳤다 하면 지기만 했었다. 그래서 나는 박인비가 이번 리오 올림픽 골프에서 이길 수가 없을 것이라고 점을 쳤었다. 헌데 그녀가 이겼다! 이겨도 크게 이겼다. 더군다나, 박인비는 골프 4일간 모두를 일등으로 달렸고 그리고 일등으로 끝을 맺었다.

한국축구가 져서 분통해 했었고 억울해 했었고 우울해졌었는데, 박인비의 골프 우승이 나의 기분을 싹 바꾸어주었다. 나의 기분을 아주 상쾌하게 해주었다. 박인비여, 정말 고맙다.

<조성내 / 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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