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들과 다르게 살기

2016-08-20 (토) 12:00:00 유정민 카피라이터
크게 작게
“다른 사람과 다르게 살아라, 그러면 나중에 다르게 살게 된다(If you will live like no one else, later you can live like no one else)” 는 구호를 외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데이브 람시(Dave Ramsey)다. 최근에야 알게 됐지만 이미 꽤나 유명한 방송프로그램 진행자이고 책도 여러 권을 낸 생활경제 조언가이다.

그의 책 ‘토탈 머니 메이크오버(Total Money Makeover)’를, 남편이 읽으라고 하도 권해서, 며칠 만에 독파하고 나는 당장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15년 전 미국에 올 때만 해도, 미국은 소비의 나라이며 모든 사람이 페이먼트를 내며 살아가는 게 당연하다고 들었고 그래서 나도 그렇게 살아왔었다. 집의 차 한대가 마일리지 20만 마일을 넘기면서 나는 자동차 회사들의 0% 이자 프로그램이 나올 때마다 저걸 사자, 이걸 사자 졸랐었다.


데이브 람시의 쇼를 듣기 시작한 남편은 자동차 딜러에 가서 차를 시승하기도 하고 이것저것 마지못해 보기도 하더니, 언제나 ‘난 빚이 싫어’라고 말하며 돌아섰다. 그리곤 자꾸 고장 나는 2000년형 자동차의 부품들을 새로 사고, 직접 뜯고 고치고, 그러다 안 되면 정비소에 가져가고를 반복하며 아직도 잘 굴러감을 뿌듯해했다. 그러면서 “이 차가 굴러가서 좋기도 하지만, 차 값을 다 낸 게 더 좋다”고 했다.

책을 읽기 전만 해도 나는 “너무한 거 아닌가, 요즘 이런 구두쇠가 어딨어, 다들 몇 년에 한번씩 차를 바꾸던데, 리스는 어때...” 하면서 속으로 투덜투덜 했었다. 그런데, 소비의 나라라던 미국사람 데이브 람시는 옛날 한국에서 자랄 때 엄마에게 듣던 얘기를 그대로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한푼 두푼 모아서 집값을 빨리 다 내라, 차는 절대 페이먼트로 사지마라, 월부는 절대 안 된다, 빚을 없애라...

이 아저씨가 미국생활에 대한 나의 막연했던 편견과 긴가 민가하던 고정관념을 벗겨버린 것이다. 라디오 쇼에서 아이다호에 사는 한 여자가 전화를 했다. 연봉이 15만 달러가 넘는 가정인데, 모기지를 빼고 빚이 15만 달러나 있다는 것이다. 무슨 빚이냐고 하자 엄청난 크레딧카드 빚, 2차 융자, 의료비 청구서 등등... 가구, 캠핑카 등 이것저것 사다보니 그리됐다는 것이다.

데이브는 소비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며, 지금부터 2년 동안 외식도 휴가도 없이 살고 옷도 사지 말며 식료품비도 줄여서 빚을 갚으라고 강경하게 말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파산할거라고 했다.

데이브 자신도 파산을 두 번이나 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조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가정의 평균 신용카드 빚이 1만5,000달러, 자동차 융자가 2만7,000달러라는 기사를 보았다. 전 같으면, 그래 다들 그래...하고 말았을 텐데, 이제는 아니다. 생각보다 현금으로 집을 사는 사람이 많으며 빚 없이 사는 미국인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최근에 우리집에도 변화가 생겼다. 비효율적인 비용과 투자라는 30년 모기지를 15년으로 바꾸고, 홀 라이프 보험을 취소해버렸다. 새 차를 보며 사는 순간 가치가 떨어진다는 말을 되새기며, 아직도 잘 달려주고 있는 오래된 차에 감사한다.

페이먼트로 살아도 상관없을 것 같던 아메리칸 드림은 깨졌지만, 진짜 자유로운 아메리칸 드림이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 마음은 여유롭다. 지금 다르게 살기 시작했으니, 나중에 분명 다르게 살 것을 상상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요즘은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데이브 람시를 알리고 있다. 모두 꼭 한번 듣고 읽어보라고.

<유정민 카피라이터>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