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뱅크 오브 호프 출범식에 가봤다. 합병 이전에는 경쟁 상대였던 두 은행의 직원들이 한 이름 아래 의기투합하는 모습은 낯설지만 보기 좋았다. 한인은행 1,2위가 합쳐져 자산 132억달러로 크게 태어난 모습도 든든해 보였다.
이사회 멤버들과 경영진도 여유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신인 BBCN과 윌셔 두 은행 모두 크고 작은 인수합병의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해 시너지를 내는 방법을 아는 전문가들이다.
다만 마음 한편에선 과거 다른 합병은행의 출범 과정이 떠오르며 노파심 같은 것이 일었다. 기자는 10년의 시차를 두고 한국에서 다른 대형은행의 출범을 취재한 적이 있다.
2006년 4월1일 구 조흥은행을 인수한 통합 신한은행이 출범했다. 비 내리는 토요일 서울 남대문 앞 신한은행 본점에서 만난 당시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행장은 자신감이 가득했다. 지난 3년여 간의 과정을 모른다면 오만으로 보이기 충분했다. 공적자금으로 부활한 과거사, 극명하게 다른 기업문화, 후발 주자의 원조 격 은행 인수 등 실패가 예견된 악조건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출범 전 3년 가까이 두 은행은 ‘듀얼(dual) 뱅크 체제’를 유지했다. 서로의 은행명을 유지하고 기존대로 영업하면서 화학적 결합을 위한 시간으로 삼았다. 24년 업력에 불과한 신한은 109년 전통 조흥의 자존심을 존중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말단 직원까지 염두에 둔 수뇌부의 액션 플랜이 치밀했다. 신한끼리만, 조흥끼리만 식사를 하는 등 어울리면 징계 당할 정도로 완벽한 화학적 결합을 주문했다.
성과는 컸다. 출범 당시 1,700억달러였던 자산은 지난해 2,900억달러로 확대됐고 수익성은 보다 덩치가 큰 경쟁 은행들보다 좋았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10년 가까이 케이스 스터디로 연구할 정도였다. 즉각 물리적 결합을 하는 미국과 달리 시간을 들여 양쪽 중 어느 편도 ‘우리 은행’으로서 신한은행을 완벽하게 인식하게 한 점이 연구의 핵심이었다.
한 은행의 다른 두 개의 지점만 한 개로 합쳐도 업무적, 문화적, 정서적 간극이 커 좌충우돌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물며 뱅크 오브 호프는 직원 숫자만 1,500명에 육박하니 노파심이 생길 수밖에.
우스개지만 한국에는 우리은행도 있고, 워리은행도 있다. 우리은행 직원들은 우리은행이라고 부르지만 경쟁은행 직원들은 “지들이 우리면 우리는 남이가”라면서 우리은행의 영문 표기인 ‘Woori’를 비꼬아 워리은행이라 일컫는다.
뱅크 오브 호프가 내부의 완벽한 화학적 결합은 물론, 한인 커뮤니티와도 잘 동화해 BBCN이든, 윌셔든, 한인 고객이든 비꼬지 않고 우리 은행으로 불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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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경제부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