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약의 힘’

2016-08-17 (수) 김창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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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기적은 도약의 힘에서 나온다.” 키에르케고르의 말이다. 키에르케고르는 인간에게 창조적 변화가 일어나려면 인생을 사는 방식이 하급 단계에서 상급 단계로 올라가야 하는데, 이것은 그냥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니고, 실존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도약의 힘’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박상영은 경기 종료 47초 전까지 헝가리의 노장 선수 임레에게 10:14으로 지고 있었다. 1점만 내주면 경기가 끝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TV 해설위원 마저 “이제 박상영은 졌습니다.”라고 말했고, 조종형 총감독마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박상영은 입술을 굳게 다물며 말했다. “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그때 박상영의 뇌리 속에 새 전략이 번개같이 떠올랐다. “임레가 공격적으로 나올 때 뒷걸음치지 말자. 막고 찌르는 전략을 구사 하자.” 박상영은 전광석화같이 도약했다. 경기 후반에 4점을 얻어 14:14가 되었다.


경기 종료는 몇 초 남지 않았다. 임레는 무승부를 유도하려는 듯 엉거주춤 주저앉는 자세를 취했다. 박상영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용수철처럼 뛰어나가면서 ‘마지막 도약’을 감행했다. 회심의 마지막 찌르기를 구사한 것이다. 박상영이 먼저 1점을 얻었다. 경기는 끝났다. 21세의 무명 선수 박상영은 116년 올림픽 펜싱 역사상 가장 나이어린 금메달리스트가 되었다.

7월 25일 아침. 나는 틱 진드기가 옮기는 박테리아에 감염되어 응급병동에 입원했다. 병상에 눕자말자 위기가 휘몰아쳤다. 내 몸 안의 적혈구가 패잔병처럼 우후죽순 죽어나가고, 허파에 물이 저수지처럼 고였다. 제 힘으로 가는 숨도 쉴 수 없어, 산소 튜브로 겨우 호흡을 감당했다. 처참했다.

사흘 째 되는 날이다. 의사들은 아직 치유의 방책을 찾지 못했고, 나는 아득히 의식을 잃고 깊은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때 나는 놀라운 영적 체험을 했다. 연약해질 대로 연약해 진 내 앞에 마귀가 다가와 말했다. “내가 너를 정복했다. 이제 허파만 남았다.” 그 순간 두려움도 두려움이려니와 이해 할 수 없는 의문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예수의 이름으로 구원받은 자에게 마귀가 이렇게 큰 소리 칠 수 있는 것인가?’ 하지만 어떤 회의와 의문도 나를 마귀로부터 구원하지 못했다.

그때 성령의 음성이 들렸다. “마귀의 영역에서 벗어나려면 ‘신앙의 도약’이 필요하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여, 나는 죄인입니다. 긍휼히 여기소서-”
이틀이 지났다. 나의 생명은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주님의 자비를 믿고 더욱 간절히 부르짖었다. “주여, 긍휼히 여기소서-”

그 순간이다. 주님의 우렁찬 음성이 들렸다. “네 기도를 내가 다 들었노라. 네게 자비를 베풀겠노라. 네 생명을 구원했으니 집으로 돌아가라.” 감격과 놀람으로 눈을 떴다. 아내가 말했다. “살았어요. 적혈구가 살아나고 허파에 물이 다 말랐어요.” 주의 자비를 믿는 기도가 ‘신앙의 도약’이 된다는 사실을 나는 죽음 직전에 체험했다. 그렇다. 창조적 기적은 ‘도약의 힘’에서 나온다.

<김창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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