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도질을 할 수밖에 없는 형제에 연민
▶ 데이빗 맥켄지 감독 사회적 비판 담아
형제인 토비(오른쪽)와 태너는 은행빚을 갚기 위해 은행을 턴다
액션과 인물 개발, 광활하고 쓸쓸한 모습의 자연풍경 그리고 비가조의 음악과 뛰어난 연기와 탄탄이 조여진 연출로 만들어진 현대판 웨스턴 은행강도 스릴러로 오래간만에 보는 준수한 액션 드라마다.
그나마 남아 있다가 은행 개발과 같은 현대의 병해로 인해 멸종되어 가는 옛 서부시대의 정취를 그리워하고 비탄해 하는 만가이기도 한데 급작스럽고 작열하는 액션과 게으름을 피우다시피 하는 인물 간의 유머와 조롱기가 섞인 대사와 관계 그리고 형제애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 역작이다.
사회적 비판을 담고 있는 영화로 강도질을 할 수밖에 없게 된 형제와 은행 빚에 쪼들리다 못해 차압위기에 놓인 쓸모없이 된 목장 그리고 형제를 쫓는 법집행자들 모두에 대해 연민과 이해심이 가득한 심정으로 관조하고 있다.
텍사스 서부의 황무지가 되다시피 한 목장을 소유한 토비(크리스 파인)와 태너(벤 포스터)는 형제. 이혼한 두 아들의 아버지 토비는 침착하고 원리원칙을 지키는 사람인 반면 1년 전에 출옥한 태너는 무모하고 폭력적이요 불같은 성격을 지녔다. 이들의 목장은 차압위기에 놓였는데 영화는 은행을 서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괴물로 그렸다.
토비는 목장에서 석유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은행빚을 갚기 위해 태너와 함께 은행강도를 시작한다. 이른 아침 작은 마을의 은행을 터는데 현찰도 단위가 작은 것만 가져간다. 은행 문이 채 안 열려 기다렸다가 강도질을 하는 것을 비롯해 폭력적인 범죄에 유머를 덧칠했다. 이들은 여러 탕 강도질을 한 뒤 돈세탁을 위해 오클라호마의 아메리칸 인디언 카지노에 들러 일단 돈을 칩으로 바꿨다가 이를 다시 현찰로 교환한다.
둘을 쫓는 것이 은퇴를 앞둔 나이 먹은 텍사스 레인저 마커스(제프 브리지스)와 아메리칸 인디언과 멕시칸 피가 섞인 마커스의 부하 알베르토(길 버밍햄). 강도질과 도주와 추격과 총격전이 생동감과 함께 신선하고 박력 있다.
이런 폭력 속에 토비와 태너 그리고 마커스와 알베르토의 인간관계와 대사가 진지하고 심도 있게 묘사되고 얘기되는데 유머 또한 넉넉하다. 특히 마커스가 알베르토를 상대로 하는 말 속에 아메리칸 원주민에 대한 조롱과 농담이 섞여 있는데 악의적이라기보다 사라져버린 서부와 용맹한 인디언을 그리워하고 있는 여운이 담겨 있다. 강도질도 마치 제시 제임스의 그것처럼 거의 미화하다시피 했다.
폐허가 된 서부 광야와 목장과 사람들이 버린 집들이 즐비한 동네의 모습을 넓은 각도로 찍은 촬영이 보기 좋다. 뛰어난 것은 연기들이다. 파인의 차분한 연기와 꽉 조였다가 폭죽 터지는 것 같은 포스터의 연기와 콤비가 나무랄 데 없이 좋고 특히 노련한 브리지스의 체념과 예지와 고독이 가득한 모습과 나태한 태도가 그가 몸 담은 사라져가는 서부를 대변하는 것처럼 향수감이 가득하다. 데이빗 맥켄지 감독. R. CBS Films. 전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