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울의 에베소 선교와 두란노 서원
▶ 에베소는 바울의 소아시아 선교의 핵심거점이자 교통의 요지
고대 에베소교회흔적, 뒷편멀리 교회제단이 있고 교회입구에 세례단흔적이 보인다
바울이 유대인과 헬라인에게 복음을 가르친곳이 두란노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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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이 찾아간 터키의 유적 중 가장 중요하고 의미 깊은 곳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아마도 에베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에베소는 바울의 소아시아 선교의 핵심거점이요, 동시에 당시 로마제국의 상업과 교통요지로서의 문명흔적이 비교적 잘 남아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서쪽으로는 에게해를 통해 그리이스로 향하는 항구가 있고, 동쪽으로 아나톨리아 전 지역을 관통하는 무역대로가 시작되는 출발점이기에, 에베소에는 고대로부터 많은 이들이 몰려 와 살았다. 로마제국이 지배하던 1-2세기 경 에베소에는 이미 20만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어 로마, 알렉산드리아, 안디옥에 뒤를 이어 로마제국내 네 번째에 가는 대도시였다고 한다.
1. 바울의 2, 3차 전도여행
사도행전 18:1에 보면 바울은 그의 2차 선교여행 중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아레오바고에서 설교를 마치고 고린도를 거쳐 수리아 지역(예루살렘 및 안디옥)으로 가는 길목에 에베소를 처음 방문한다.
놀라운 것은, 계획하지 않았던 유럽선교의 길을 성령의 지시로(행16:6-9) 소아시아 드로아에서 배를 타고 마게도니아 유럽으로 나섰던 것인데, 빌립보 (행16:12), 데살로니아(행17:1) 등 가는 곳 마다 동료 유대인들로부터 방해 공작을 맞아 고난을 당하다가 이제 고린도를 마지막으로 유럽을 떠나는 것이다.
그런데, 바울은 떠나기 전 고린도 겐그리아 항구에서 일찍이 하나님 앞에 드린 서원약속을 되새기며 머리를 깎았다고 한다. 결국 지금은 떠나지만 곧 다시 오겠다는 약속과 다짐을 한 셈이며 바울이 지닌 식지 않는 열정을 읽을 수 있는 장면이 되는 셈이다.
그렇게 해서 에베소에 처음 도착한 바울은 일행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를 떼어 놓고 곧바로 유대인 회당을 찾아가 사람들과 변론하고 복음을 전하니 그곳 사람들이 더 머물기를 청한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뜻이면 너희에게 돌아오리라” (행18:21)는 약속을 하고 에베소를 떠난다. 바울은 그 길로 예루살렘과 안디옥을 방문하고 다시 바로 3차 전도여행길에 오르게 되는 데 이 때 유럽을 가기 전에 에베소를 다시 방문한다.
고대 에베소교회의 도서관 건물
2. 두란노 사역
에베소는 기독교복음이 들어가기 전 이미 로마제국의 중요한 종교적 중심지였다. 아우구스황제(27BC-14AD) 이후로 로마는 살아있는 황제를 신으로 숭배하게 되는 데, 황제로부터 신임과 각종 정치 경제적 특혜를 받기 원하는 각 도시간의 경쟁은 곧 황제 신에의 충성 및 신전건립에 대한 경쟁으로 이어진다.
에베소는 최소한 4번이나 황제신전의 수호자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로 이 경쟁에 앞장선 도시였고, 에베소에서 보게 되는 웅장한 건물 및 원형경기장도 결국은 황제숭배와 관련된 예식, 축제 및 운동경기의 목적에서 나온 것들이라 한다. 그러나 에베소는 로마의 지배가 있기 훨씬 이전부터 풍요의 여신 아데미를 숭배해 온 곳이라 황제숭배가 아데미 숭배를 앞설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따라서 아데미 신전에는 항상 많은 순례자로 붐볐으며 신전 주변에는 이들을 상대한 관광 비즈니스 및 아데미 신전기념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성업중이었다. 에베소는 이 외에도 각종 미신종교의 영향으로 마술과 부적을 파는 사업이 매우 번창했다.
에베소에서 바울은 처음 약 3개월(행19:8)간 유대인의 회당을 중심으로 선교를 하다가 반대자들의 저항에 직면해 제자들과 함께 회당을 떠나 따로 모임장소를 마련해 2년간 유대인과 헬라인들을 상대로 복음을 가르치는데 그게 두란노서원이다(행19:9).
에베소의 웅장한 구조물들 가옥들 및 원형경기장 등을 둘러보며 당시 두란노서원의 위치가 어디였을까 하며 궁금해 하는 우리에게 우리의 안내자 송예배 선교사님은 두란노서원은 아마도 우리가 보는 웅장한 건물들 가운데가 아닌 지금은 한산한 운동장 정도로만 남아 있는 당시의 시장터의 어느 상점의 한 공간 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을 들으니 한국의 상가건물에서 흔히 본 교회들 모습들이 떠오르면서 그렇게 사람들의 삶의 현장 한 가운데가 원래 교회가 있어야 할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도행전 18-19장에 기록된 두란노서원에서의 바울의 멧시지는 간단하다.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들은 신이 아니다”는 것과 “예수는 그리스도”이며 “주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바울의 사역으로 많은 이들이 병이 떠나고 귀신이 물러가는 것을 경험한다.
마술을 행하던 이들이 책 더미를 불사르며 개종하자, 아데미 신상을 만들어 돈을 번 데메드리오가 자기 사업에 손해가 남을 알고 군중을 동원해 바울일행을 원형극장에 넣어 해하려 하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한다.
3. 에베소 교회와 에베소서
바울은 3차 유럽전도여행을 마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길에 뱃길로 에베소 근처 밀레도에 잠시 머문다. 사람을 보내 에베소 교회의 장로들을 밀레도에서 만난 바울은 그들에게 자신이 “성령에 매여 예루살렘으로 가는데” 무슨 일을 당하든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위해서는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행20:24)고 고백한다.
또 그 장로들에게도 성령을 의지하며 에베소 교회의 양떼들을 돌보되 금과 은 및 의복을 탐하지 말며 자신의 가진 것을 나누며 교회를 돌볼 것을 권하고 눈물의 작별인사를 나눈다. 학자들에 의하면 바울은 에베소에 머무는 기간 중 고린도전서와 고린도후서의 일부를 기록했고 (고전 16:8), 에베소에 머무는 동안 감옥에 갖혀(고후11:23) 빌립보서, 빌레몬서, 골로새서 등을 기록했다고 한다.
에베소는 사도요한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또 마리아가 살던 집이 주변에 있다고 하는데 우리 일행은 아쉽게도 그 곳에 가보질 못했다. 에베소는 서기 431년 제3차 에퀴메니칼 공의회가 열리는 장소로 유명하다. 이 회의에서 기독교 교회는 예수의 인성과 신성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며 마리아는 테오토코스 즉, 성모(聖母)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결정을 하게 된다.
신약성경의 에베소서는 바울이 에베소교회에 보낸 편지로 명시되어 있으나(엡1:1), 고대 희랍어 사본에는 이 구절이 생략된 것들이 있기도 하고 또 1장 15절과 3장 2절에서 저자와 편지 수신자들 간의 사이가 직접 만나서 아는 관계가 아닌 “들어서 아는” 사이로 기록된 것으로 보아 에베소서가 바울이 직접 쓴 글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하는 학자들이 있다.
에베소는 신약성경의 여러 곳에 언급되며 특별이 요한계시록 2장1절은 에베소교회를 7개 교회 중 첫 번으로 언급하며 그 들의 수고와 인내, 거짓 교사들에 대한 저항 등을 칭찬하지만 동시에 첫 사랑을 버린 것을 책망하며 회개하고 첫 사랑을 회복할 것을 주문한다. 우상이 가득한 도시 에베소에서 오직 성령에 의존해 쉬지 않고 복음을 전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준 바울의 열정을 생각하며 오늘 우리의 교회들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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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일 목사/ 버클리 연합신학대학원 교수. 버클리 새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