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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브렉시트(Brexit)를 생각하며...

2016-07-13 (수) 김문철 천성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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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이 설립된지 올해로 23년째다. EU 가 구성된 이후 유럽은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서로에게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EU는 냉전으로 양분된 유럽을 하나로 묶는 화합에 기여하고 UN 과 공조하여 전 세계의 평화에 크게 기여했다. 그래서 2012년에는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했다.

EU가 가져온 긍정적 효과는 많지만 무엇보다도 주목할 것은 전세계의 인권의 가치를 상승시킨 것이다. 세계는 지금도 차별과 불평등으로 가득 차 있다. 인종, 남녀, 빈부 차별은 물론 민족적 배타주의는 인권 유린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EU 는 “기본 권리 헌장”에서 선언한 대로 인간 존엄성, 자유, 평등, 그리고 연대의식이라는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를 실행해 왔다.

또 한가지 주목할 것은 EU 가UN 및 전 세계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과 연합하여 러시아와 같은 독재세력에 대항한다는 사실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강제 합병당시만 해도 합병을 막지는 못했지만 EU가 보여준 단결된 모습은 독재세력을 견제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만일 EU의 견제가 없다면 유럽에서 러시아의 횡포는 훨씬 심했을 것이다. 연합이 주는 힘이다.


그런데 독일과 프랑스처럼 EU에 큰 영향을 끼쳤던 영국이 지난 6월 23일 국민투표에 의해 EU 탈퇴를 선언했다. 일명 Brexit(Britain(영국)과 Exit(탈출) 의 합성어) 투표가 통과된 것이다.

오래 전 영국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이 유럽도 유엔과 유사한 동맹체를 창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EU 창설의 기원이 된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브렉시트는 하나됨(연합)이라는 거대한 틀에 흠집을 내었다는 차원에서 그리 좋은 싸인처럼 보이지 않는다. 연쇄반응 때문이다.

말은 안해도 브렉시트를 가장 환영할 국가는 아마도 러시아가 아닐까 싶다. 브렉시트가 유럽의 군사적 균열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및 독재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남이야 어찌 되었든 나는 상관 없다”식의 정서가 퍼질 수도 있다.연합이 무너진다는 의미다.

기독교의 가장 큰 특성 중에 하나는 하나됨이다. 하나됨은 획일성을 말하지 않는다. 다른 색깔을 똑같은 색깔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하나됨은 모자이크와도 같다. 다른 색깔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통일된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개별적으로 보면 깨지고 모나고 연약하지만 서로 연합하여 하나가 되었을 때 오히려 감탄은 자아내는 조화의 아름다움이 창조되는 것이다. 그런 조화의 그림 속에 중요하지 않은 객체는 단 하나도 없다. 모두가 중요하다. 그것이 하나됨이다.

예수님은 그런 하나됨을 우리에게 기대하신다. 그래서 예수께서 이 땅에서 가장 간절하고도 길게 기도하신 것도 하나됨을 위한 것이었다: “아버지여,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저희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요 17:21) 왜? 하나됨은 악을 선으로 대항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하나됨은 인간이 이 땅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사랑과 공의와 평화의 구현이기 때문이다. 삼위일체 하나님이 그 증거다.

<김문철 천성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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