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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사의 90%… 부정맥 무시하면 안돼

2016-07-12 (화)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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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당 300회 뛰는 심방세동 차 엔진 과열되는 것과 같아, 심방세동 환자 뇌졸중 발병률 5% 달해… 정상 맥박의 5배

▶ 우선 항응고제 등 약물치료 효과 없을 땐 고주파 절제술

돌연사의 90%… 부정맥 무시하면 안돼

온영근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이 부정맥 환자에게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법을 시행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법은 기존 경피적 전극도자 고주파절제 술에다 외과적 흉강경 부정맥수술을 더한 것이다.

사람 심장은 분 당 60∼100회 뛴다. 부정맥(arrhythmia)은 심장리듬이 깨져 생기는 병이다.

심장박동이 너무 빠르거나(빈맥), 늦거나(서맥), 불규칙해진다(심방세동 등). 돌연사(90%)와 뇌졸중(20~30%)을 일으킨다.

빈맥은 가슴이 막 뛰다가 괜찮아지거나, 앞이 깜깜해지면서 식은 땀이 나거나, 숨 쉬기 힘든 증상이 반복된다. 노화로 인해 주로 생기는 서맥은 어지럽고 힘이 없어 빈혈로 착각 하기도 한다. 심장리듬이 고르지 않으면 부정맥이 생긴다. 인구의 2% 정도(100만 명)에서 발병하지만 치료는 20% 정도밖에 하지 않는 부정맥에 대해 알아본다.


58세 여성이 갑자기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병원에서 심전도 검사결과, 심방세동(心房細動)이었다. 항응고제(와파린)을 먹은 뒤 맥박이 정상으로 됐지만 이후에도 여러 번 가슴이 두근거리다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이 왔다. 온영근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에게서 왜 이렇게 됐는지 들어봤다.

Q 왜 심방세동이 생기나.

“심장은 좌ㆍ우 심방과 심실로 구성돼 있다.

심방과 심실이 분 당 60~100회 정도 수축해 온 몸에 피를 돌린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분 당300회 이상 뛸 정도로 흥분해 심방이 제대로 수축되지 않는 것이다. 마치 자동차 엔진이 과열 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과 같다.

원인은 심근경색, 협심증 등 허혈성인 경우와 승모판 협착증, 승모판 폐쇄부전증 등 판막성인 경우, 갑상선 기능항진증 등 크게 3가지다. 특히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외래 환자의 10% 정도다.

이밖에 심부전이거나 과로할 때, 흡연ㆍ술ㆍ커피를 과다하게 하면 나타날 수 있다. 마라톤을 뛰다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뚜렷한 원인 없이 생기기도 한다. 심방세동이 생기면 두근거림과 빈맥에 따른 가슴 통증과 심부전, 혈색전증에의한 뇌졸중이 오기도 한다.”

Q 어떻게 진단하나.


“심전도 검사로 진단한다. 최근 스마트폰 등으로 맥박을 측정할 수 있다. 맥박이 평상 시와 달리 100회 이상 빨라지거나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면 심전도 검사로 부정맥을 확인할 수 있다. 심방세동이 생기면 심방의 불규칙하게 빠른 빈맥에 의해 두근거림, 흉부 압박감과 심장허혈에 의한 협심증, 심장기능 장애에 의한 심부전이 생길 수 있다. 증상이 없어도 심방의 혈액이 잘 되지 않아 혈전(피떡)이 생길 수 있다.

심방세동이 있다면 정상 맥박보다 뇌졸중 위험이 5배 가량 높아지고, 매년 심방세동 환자의 5% 정도가 뇌졸중이 생긴다. 심방세동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한다. 60세 미만에서는 1%밖에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60세 이후 점점 늘면서 80대에는 6%나 된다.”

Q 치료를 어떻게 하나.

“심방세동이 생기면 우선 혈전 때문에 혈관이 막히지 않도록 항혈전 치료와 빈맥을 없애고 심장기능이 제대로 유지하도록 심박수 조절치료를 한다. 한마디로 심장 리듬을 제대로 유지되게 하는 것이다. 이후 환자상태에 따라 정상 심장 리듬으로 되돌아오도록 리듬 조절치료를 할 수 있다. 정상 심장 리듬으로 되돌리기 위해 1차적으로 항응고제(항혈전제) 등 약물치료를 한다. 하지만 그 효과는 절반 이하다. 치료할 때 심근경색ㆍ협심증과 승모판 협착증ㆍ승모판 폐쇄부전증, 갑상선 기능항진증이 있다면 그 치료도 병행한다.

약물치료로 효과가 없거나 재발할 때는 최후의 수단으로 ‘경피적 전극도자 고주파절제술’을 시행한다. 최근 3차원 매핑 방법의 도입과 전극도자 개발에 따른 최신 기술이 나와 경피적 전극도자 고주파절제술 성공률은 크게 높아졌다. 고주파절제술 1차 시술 후 정상 정맥 1년 유지율이 80% 정도이고, 지속성 심방세동에서는 60~70%이지만, 1년 넘는 만성 심방세동의경우 성공률이 크게 떨어진다. 정상 맥박 1년유지율이 50% 정도에 불과하다.

심방세동을 치료하는 외과적 수술인 심장판막치환술(판막성 심장질환), 관상동맥우회술(허혈성 심장질환)을 받으면 치료율이 80% 이상이나 된다. 하지만 단독으로 개흉술을 통해 심방세동 수술을 하면 환자 부담이 크고, 심장을 정지한 상태에서 심폐 체외순환기를 사용해야 하는 등 위험해 단독 수술은 많이 하지 않는다.”

Q 삼성서울병원의 특별한 치료법은.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은 심방세동환자를 다학제 협진 시스템으로 통합 진료하고있다. 즉,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에서 함께 논의해 심장세동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법을 찾는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은 2012년 2월 국내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법을 성공했다. 현재까지 200명 이상을 치료했다.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는 기존 경피적 전극도자 고조파절제술에 외과적 흉강경 부정맥 수술법을 더한 것이다. 흉강경으로 심장이 뛰고 있는 상태에서 부정맥을 유발하는 부위를 찾아 고주파로 잘라낸다. 이후 환자상태를 평가해 순환기내과에서 경피적 전극도자 고주파 절제술을 추가한 것이다. 이런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는 내ㆍ외과의 장점을 살려 수술시간뿐만 아니라 수술 합병증도 줄인다. 이를 통해 고질적인 만성 심방세동 환자의 정상 맥박 2년 유지율이 80% 정도로 치료성적이 크게 좋아졌다. 또한 흉강경고주파 절제술 시행 시 혈전이 주로 나타나는 좌심방 부속기를 함께 제거함으로써 심방세동에 의한 뇌졸중 합병증을 크게 줄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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