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사회의 민낯… 터널 붕괴 사회학

2016-07-09 (토) 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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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널에 갇힌 한 남자와 터널 밖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재난영화”

이 사회의 민낯… 터널 붕괴 사회학
2014년 스릴러 ‘끝까지 간다’로 각종 영화제 상을 휩쓴 김성훈(45) 감독이 2년 만에 영화 ‘터널’(개봉 8월10일)로 돌아온다. 이번 작품은 무너진 터널에 갇힌 한 남자와 터널 밖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재난영화다.

하지만 ‘터널’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재난영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 작품에는 위기에 처한 시민들을 구하는 영웅도 없고, 다수의 사람을 몰살시키는 대재난도 없다. 영웅 같은 것도 없다. 터널에 갇힌 딱 한 명의 남자만 있을 뿐이다. 이 남자는 구조를 기다리면서도 폐쇄된 상황에 잘 적응해 가는데, 오히려 밖에 있는 사람들이 지쳐간다.
이 사회의 민낯… 터널 붕괴 사회학

김성훈 감독


그래서 김 감독은 ‘터널’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재난 상화에 빠진 터널 속 한 남자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를 둘러싼 터널 밖 사람들의 사회, 세상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터널’은 재난이라는 상황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 재난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이는 뒷전인 채 윗선 보고에만 급급한 정부 고위 관료가 될 수도 있고, 특종 보도에만 혈안이 된 언론일 수도 있으며, 부실공사를 저지른 시공업체가 될 수도 있다.


김 감독은 이와 관련 “아무 잘못 없는 평범한 사람이 그가 속한 사회가 저지른 실수로 인해 재난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이 상황 자체로도 보여줄 게 많았다”며 “‘터널’은 결국 생명에 대한 이야기다.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생명’이 요즘 너무 간과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런 부분에서 이 영화가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 감독은 “그 사건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 작업을 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우리 영화를 보고 그런 연관성을 느낀다면, 그건 현실이 그만큼 슬프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또 터널 붕괴로 고립된 사람이 평범한 회사원 ‘정수’(하정우) 한 명인 것에 대해서는 “인간의 생명은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인데, 희생자의 수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한 사람이 거대한 재난을 마주했을 때 외로움과 두려움은 더 배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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