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웃사이더의 거대한 파이팅

2016-06-25 (토) 박미경 편집실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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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이 부동산 재벌과 최초 여성 후보와의 결전으로 사실상 결론이 났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공화당의 트럼프 신드롬 못지않게 민주당에 돌풍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의 질주는 식상한 정치판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4월 그가 출마선언을 했을때만 해도 유권자들은 경선 레이스가 단순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예상을 뒤엎는 붐을 일으키며 유세장의 열기를 더했고 청중들을 압도했다.

그는 오바마케어에서 진일보한 의료보험, 공립대학 무상교육, 최저임금 15달러 인상, 월가 해체 등 공약을 앞세워 젊은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더구나 대기업과 월가의 정치자금 후원을 받는 힐러리와는 달리 풀뿌리 소액 기부자들을 통해 힐러리에 버금가는 선거자금을 모았다 게다가 힐러리와의 경선에서 승리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상황에서도 그에게 이어지는 기부금은 오히려 더 늘어나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그를 지지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장기전 승리를 위해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75세의 노장은 젊은층의 트렌드에 민감하다. 그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밀레니얼 세대에 친근한 온라인과 SNS, 전화 마케팅 전략을 백분 활용했다. 지금도 샌더스와 관계된 이슈가 나오면 자원봉사자들은 그의 지지자들에게 셀폰 메시지를 보낸다.

샌더스는 하루에도 몇 번씩 트윗에 자신의 의견을 올린다. 이는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력없이도 선거에서 경쟁을 갖추고 정치 프레임을 바꿀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줬다. 또한 시민들이 주도하는 진보정치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스스로 ‘민주적 사회주의자’라 칭하는 샌더스는 시카고 대학시절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고 인종평등 회의 등에서 활동한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시카고는 미국 급진적 사회주의자의 대부격이며 , 빈민운동가인 사울 알린스키의 고향이며 오바마의 도시이다. 오바마가 그의 정신적 제자를 자처하고, 힐러리 또한 대학 졸업논문을 알린스키를 모델로 쓸 정도로 존경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이론을 실천에 옮긴 이는 샌더스다.

우리는 갈수록 심화되는 중산층의 붕괴와 빈부격차를 숫자가 아닌 피부로 체험하고 있다. 중산층 및 하위계층이 벌어 들이는 돈의 99%가 상위 1%로 이동한다고 한다. 그렇게 자본을 손에 쥔 기득권층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지배를 한다. 샌더스는 한쪽으로 치우친 부자들의 감세혜택을 필사적으로 막고자 그 유명한 필리버스터를 하기도 했다.

대의원수 확보에 힐러리에 못미쳐 사실상의 경선에 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미일관하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내달 열릴 전당대회까지 레이스를 계속 이어 갈 뜻을 비췄다. 자신의 공약을 당 정책에 최대한 많이 반영하고 트럼프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데 힘을 보태고자 함이다.

흔히들 선거는 나쁜 인간들 중에 덜 나쁜 인간을 뽑는 것이라 한다. 대선까지 4개월 남짓 남았다. 매파 힐러리든, 막말 트럼프든 유권자들은 나쁘거나 더 나쁜 후보 중 한명을 선택해야만 한다. 문제는 누가 누군지이다.

<박미경 편집실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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